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1일 22대 국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을 두고 야당과 공방을 벌였다. 특히 '02-800-7070' 유선전화 번호의 출처가 쟁점이 됐다.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번호로, 채 상병 사건의 핵심인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의 단초가 됐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직후인 오전 11시 54분에 발생한 일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 전화를 시작으로 해병대 수사단에 전방위적 외압이 가해졌다는 입장인 반면 대통령실은 '유선전화 사용처는 국가기밀 사항'이라며 누구의 전화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진행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내용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들은 적이 없고 주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격노설을 부인했다. 그는 “제가 부임한 지 두 달가량 됐다. 대통령의 격노설이나 진노설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시 회의 이후 윤 대통령 등 대통령실과 군 관계자 간 오간 통화 기록을 공개하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 당일인 7월 31일부터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 기록이 회수된 8월 2일까지 기간이다. 정 비서실장은 이에 "(당시엔) 북한 ICBM 발사, 미군 병사 월북 사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순직 사건, 잼버리 사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한미연합연습 등 안보현안이 집중돼 있는 시기였다"며 "대통령실과 국방 당국의 통신, 통화 소통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정상적"이라고 반박했다.
회의 직후 이 전 장관에게 발신된 '02-800-7070' 번호가 윤 대통령의 것인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고민정 의원은 "(해당) 번호로 전화가 간 뒤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각각 비서실과 안보실의 번호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02-800-7070'의 사용자에 대해선 기밀 보안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비서실은 수시로 인원이 늘어나고 사무실이 늘어나고 줄어든다. 그때마다 전화기가 설치되고 철거된다"고 설명하자, 고민정 의원은 "증거 인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