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회의 진행을 두고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대로"를 외치며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은 원 구성 관행을 깨면서 예고된 풍경이다. 22대 국회 시작부터 거대 야당의 입법 속도전과 여당의 강경 대응이 맞물리면서 정치 복원은커녕 국회의 품격마저 포기하는 모습이 일상화하고 있다.
운영위는 시작부터 대통령실의 자료 제출을 두고 충돌했다. 민주당 소속 박찬대 운영위원장이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국회를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 간사가 선임도 안 돼 있는데 무슨 소리냐. 협치 부정 아니냐"고 맞받았다. 강 의원은 발언 도중 박 위원장이 "말씀을 정리해달라"고 하자, "발언권을 줘놓고 무슨 말씀이냐. 민주당 아버지(이재명 전 대표)는 그렇게 가르치냐"고 쏘아붙였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어딜 손가락질하나"라고 맞대응했고,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느냐" "깽판 치는 거냐" 등의 막말이 오갔다.
야당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님 입 닫으시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여당의 항의로 회의가 중단됐다. 여야 간 신경전이 반복되면서 회의를 소집한 목적인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VIP 격노설'에 선을 그었고,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회의 직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02-800-7070' 번호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기밀보안사항"이라며 확인하지 않았다.
야당은 오는 4일까지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이를 정치 공세로 보는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공산이 크다. 21대 국회는 '야당의 강행 처리 후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22대 국회가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야는 각각 의석수와 대통령의 거부권에 기댄 소모적 공방이 아니라 정치 복원을 통한 민생 법안 처리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