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간 단 4명' 유퀴즈 나온 '희귀 공무원', 5번째 합격자 나왔다

입력
2024.07.01 13:00
인사혁신처, 제5대 필경사 합격자 공고
매년 최소 임명장 4000장 써내는 명필

대통령 명의로 된 공무원 임명장을 붓글씨로 쓰는 '필경사' 합격자가 약 6년 만에 나왔다.

1일 인사혁신처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달 28일 필경사(전문경력관 나군) 최종 합격자 1명이 공고됐다. 응시번호 24539로 기재된 합격자는 56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합격자가 오는 4일까지 등록을 마치고, 신원 조회 및 신체검사에 문제가 없으면 제5대 필경사로 공식 임용된다. 2018년 11월 제4대 필경사인 김동훈 주무관을 선발한 지 약 6년 만이다.

필경사의 주요 업무는 대통령 명의 임명장 작성 △대통령 직인·국새 날인 △임명장 작성 기록 대장 관리시스템 운영 및 관리 등이다. 정부는 대통령을 제외한 5급 이상 국가직 공무원에게 인쇄물 대신 필경사가 붓글씨로 쓴 임명장을 수여하는데, '공무원의 자긍심과 사기 진작을 위해 임명권자의 정성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직업은 1962년 정부에 보직이 처음 생긴 뒤로 60여 년간 단 4명밖에 없었던 희귀한 직군으로 꼽힌다. 통상 1명이 근무해 왔지만 제3대 필경사인 김이중 전 사무관 근무(2008~2023년) 당시 3~5급 공무원 임명장도 대통령 명의로 바뀌면서 업무가 급증해, 2018년 김동훈 주무관을 선발했다. 이번 합격자는 지난해 개인 사정으로 퇴직한 김 전 사무관의 후임으로, 김 주무관과 함께 근무하게 된다.

필경사는 통상 1년에 약 4,000장에서 7,000장에 달하는 임명장을 작성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경사가 되기 위해서는 미술이나 서예 등 학과에서 석사학위 취득 또는 학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나 연구 활동을 한 경력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앞서 김이중 전 사무관은 2020년 tn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사명감을 강조했다. 손을 보호하기 위해 운동을 하지 못했다는 그는 "연말이면 수천 장의 임명장을 쓰는데 나밖에 할 수가 없다"며 "휴가도 길어봐야 3일, 가까운 곳으로 가게 된다"고 밝혔다.

연관기사
• [서예 체험] "구시대 유물이라고요?"... AI시대에 내가 먹 갈고 붓 잡는 이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916380002145)
• 대통령 임명장 쓰는 ‘대한민국 명필’… 필경사 모집공고 뜬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50209290001551)



김소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