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전화 그만 좀"… '개딸' 향해 피로감 드러낸 이재명

입력
2024.07.01 10:58
30일 엑스에 글 올려 고통 호소
"시도 때도 없는 연락, 응원 아냐"
"전화번호 바꿔야 할 모양이다"
민주당, 당원 중심 기조 강화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자와 당원 등으로부터 쏟아지는 전화와 문자 연락에 "그만해 달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개딸' 향해 "시도 때도 없는 연락은 고통"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엑스(X)에 "전화, 문자 그만 좀… 시도 때도 없는 문자, 전화는 응원과 격려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수십 년 써 온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모양"이라고 적었다. 대상자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일명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향해 피로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자들은 해당 게시글에 "진심으로 대표님을 생각한다면 밤낮 없이 연락할 수 없다" "정 응원하고 싶다면 대표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자" 등 반응을 남기며 이 전 대표 호소에 공감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지지 팬덤의 힘으로 사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피로감을 드러내도 되느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강성 지지층 목소리 커지는 '팬덤 정치'

'개딸'은 그간 팬덤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의원들을 향한 문자·전화 폭탄은 물론 비이재명계 인사 색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 전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했다. 최근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때도 이 전 대표의 의중을 앞세운 추미애 당선자 대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자, '개딸'들은 우 의원을 찍은 의원들을 색출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반 당원 500만 명, 권리당원 250만 명에 달하는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8·18 전당대회의 당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이에 따라 강성 당원들에 대한 민주당의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연임 도전을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는 지난달 24일 "아무래도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연임 도전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중 연임 관련 입장을 밝히며 정국 구상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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