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딜레마'에 빠졌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청원이 불과 열흘 새 70만 명을 넘으면서다. 민주당은 당장 탄핵 추진은 때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나, 그간 강조했던 '몽골기병식 속도전'과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더욱이 청원 처리 여부를 결정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그 산하 청원심사소위원장 모두 민주당이 맡고 있는 만큼, 어떤 선택을 해도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
30일 현재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하라는 청원에 70만 명 넘게 동의했다. 청원 동의기간이 7월 20일까지여서 최종 동의자는 10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해당 청원은 동의자 수 5만 명을 넘긴 24일 규정에 따라 법사위에 회부됐다.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그간 정치적 파장을 이유로 탄핵 관련 언급을 자제했지만, 국회로 공이 넘어온 이상 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과 입법 속도전을 강조해온터라 수십만 명의 탄핵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힘든 처지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원내지도부가 탄핵이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는 의제가 된다"며 "지금은 (국민청원을) 공식 의제로 다루고 있지 않다"고 당장은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이 되레 민주당에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국민청원 첫 관문인 법사위 청원소위부터가 문제다. 강성 친이재명(친명)계로 원내 정책수석부대표를 맡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소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도 강성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원이 소위를 통과할 경우, 민주당은 당장 '탄핵 드라이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반면에 청원이 소위에 장기간 계류된다면 정권심판을 요구해왔던 지지층과 당원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인 상황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숫자'에 주목하고 있다. 청원 동의자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르면 탄핵 문제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지 않겠느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청원 동의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20일에 동의 수가 얼마인지에 따라 민주당의 대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가령 100만 명 이상 탄핵을 요구한다면 무슨 답이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