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안 돼" 총력 저지했던 프랑스 마크롱... 총선서 웃을 수 있을까

입력
2024.06.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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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7일 결선
'RN 승리' 예상... '동거 정부' 탄생하나

"극우는 사람을 종교·출신으로 구분한다. 이는 분열과 내전을 부를 것이다."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그들(극우)은 거짓말을 한다." (26일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

프랑스 정부와 여당 '르네상스'가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약진을 막고자 총력전을 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듯하다. RN 지지세가 꺾이지 않은 것은 물론 좌파 진영이 뭉친 신민중전선(NFP)에까지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0일 총선 1차 투표... 'RN 승리' 예상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3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일부 지역 오후 8시)까지 프랑스 본토 및 해외령 577개 선거구에서 프랑스 하원의원을 뽑는 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압승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전격 해산하면서 치러졌다.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은 RN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그러나 현재 흐름대로라면 RN 압승이 예상된다. 진보 성향 매체 르몽드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7, 2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RN이 주도하는 극우 블록은 36% 득표가 예상된다. 르네상스 중심 중도 블록의 예상 득표율은 20%로, NFP(29%)보다 낮다.

보수 성향 르피가로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IFOP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극우 블록은 36.5%, NFP는 29%, 중도 블록은 20.5% 득표율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IFOP 조사상 극우 블록이 확보 가능한 의석수는 225~265석으로, 의회 해산 전 의석수(88석)의 최대 3배 수준이다. 범여권은 현 250석에서 대폭 감소한 70~100석 확보가 예상된다.

이대로면 '중도 대통령·극우 총리'로 구성된 동거 정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제·의원내각제 혼합형인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다수당이나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28)를 총리로 임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대통령과 총리의 당이 다른 동거 정부는 역대 세 차례 있었다.


결선 투표 남아 있지만... 반전은 '글쎄'

다만 프랑스 총선은 결선 투표 제도를 취하므로 여론조사를 토대로 의석수를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결선 투표에서는 후보 간 합종연횡 등 변수가 많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득표해야 하므로 다수 지역이 다음 달 7일 2차 투표까지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2차 투표가 열리는 7일까지 기회가 있는 셈이지만, 상황 반전 계기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총선에서도 패배하면 마크롱 대통령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마크롱 정부 심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 유럽의 대외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유럽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렇다. RN은 총선 전부터 이미 '교관 우크라이나 파병' 등 마크롱 대통령 구상을 폐기 처분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르네상스 후보자들이 마크롱 대통령 얼굴·이름을 최대한 가린 채 선거운동을 하는 등 당내 입지도 약해졌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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