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尹, ‘이상민 경질 보고서’에 격노…여연원장 잘려”

입력
2024.06.29 09:50
"尹, 어떤 XX가 보고서 올렸냐" 격노설 주장
당시 여연원장 김용태 전 의원 "사실 아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당시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올리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를 하며 오히려 여의도연구원장을 경질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었던 김용태 전 의원은 진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진 전 장관은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장관과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윤 대통령이) 굉장히 신뢰하고 아끼는 후배로 알려져 있는데 제가 알고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은 내용을 말했다.

진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 직후에 여의도연구원 차원에서 이 장관을 이제 경질해야 된다는 보고서를 용산 (대통령실)에 올렸다"며 "그런데 그 보고서를 접한 윤 대통령이 엄청나게, 소위 요새말로 '격노' 하시면서 '이거를 어떤 XX가 올렸어'라고 하시고 나서 그 직후에 여의도연구원장이 잘렸다"고 주장했다.

진 전 장관은 "국회의장과 대통령이 나눈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소개된 이 장면에서 국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가 대강 답이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통령실에서 입장 표명을 해 마무리하고 지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질의 당사자인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었던 김 전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2023년 3월 8일 김기현 대표 체제가 시작되면서 다음날인 3월 9일 사직했다"며 "따라서 이태원 사고 관련 해임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여의도연구원이 대통령실에 직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태원 사고 관련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와 여론청문 결과를 비대위원장에게 보고한 후 추후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어 통상업무를 계속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은 김진표 전 국회의원장 회고록에서 나온 '이태원 참사 관련 음모설' 공방으로 들끓고 있다. 김 전 의장은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를 통해 2022년 12월 윤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왜곡"이라 맞받았지만,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왜곡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 오히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데 깜짝 놀랐다"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신문과 방송 등 주요 매체들이 균형 있게 보도한 걸 보고 판단하는데, 대통령이 극소수 0.001% 사람들이 주고받는(정보) 것에 영향을 받아서 올바른 판단을 못 한다면 잘못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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