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신뢰' 회복 없이 국정 동력 찾을 수 없다

입력
2024.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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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 10·29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참사 이후 대통령을 만나 직접 들은 얘기를 공개하면서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설득하자 윤 대통령은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결정 못 하겠다”며 황당한 음모론을 들어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극우단체나 유튜버들은 ‘북한·중국이 참사를 일으켰다’거나 ‘정권퇴진 시위를 마친 민주노총이 이태원에 대거 넘어갔다’는 식의 말을 퍼뜨리고 있었다.

대통령실은 즉각 “왜곡”이라고 반박했지만, 만에 하나 참사의 도의적·정치적 책임이 있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음모나 조작의 산물로 사태를 인식했다면 말문이 막힐 일이다. 야당 측은 그 무렵 김 전 의장의 후일담을 직접 들었다며 대통령의 여러 발언들을 추가 공개하고 있다. 온 국민이 아파한 참사를 앞에 두고 대통령이 기이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면, 유족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국정파악 과정 전반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극우 유튜브를 그만 보시라”는 전직 여당 의원의 호소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런 지경에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수가 빠르게 40만 명을 넘어섰다. 야당 지지층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기엔 여론 상황이 정도 이상으로 좋지 않다. 국민청원은 5만 명 이상 동의로 소관 상임위에 회부되고, 타당성이 인정되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본회의 통과 시 정부가 해당 청원에 대한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일주일 전 26%(한국갤럽 21일)에서 어제 25%로 내려갔다. 총선 참패 후 20%대로 추락한 뒤 회복하지 못한 채 3개월째 답보 상태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고착화되는 신뢰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수치로는 새 정책은 물론, 기존 정책들마저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들다. 지지율 위기로 인한 국정 혼란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채상병 특검’ 수용 등 정국 현안에 대한 변화 의지부터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국정 동력을 찾을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