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이 주장하는 '다탄두 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열상 감시장비(TOD)에 찍힌 영상으로 군이 이를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군의 '실패' 단정에도 불구하고 북은 계속 성공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까지 저고도 다탄두 기술 시험 가능성을 제기하자 평가 근거를 보다 확실하게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기만전술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사전 진화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일단 실패의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가 우리 군 감시 장비가 포착해 촬영한 영상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29초 분량의 TOD 영상에는 26일 오전 5시 30분 평양 부근에서 알섬 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궤적이 선명하게 찍혔다. 미사일은 상승 단계부터 꺾어지며 불규칙하게 움직이다가(롤링) 수압이 센 호스를 놓쳤을 때처럼 나선형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뺑글뺑글 돌았다(텀블링). 이어진 영상에선 상승하던 미사일이 공중에서 불이 붙은 뒤 폭발, 수십 개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담겼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사일이 최고 고도를 지난 뒤 탄두부와 기만체가 이동 방향으로 깨끗하게 분리되고, 이후 다탄두의 후추진체가 각각 점화되면서 비행해야 한다"며 "영상 속 북한 미사일은 발사 후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즉 상승 단계에서 이미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다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저고도 하강 단계 다탄두 분리 시험 가능성'에도 반박 근거가 된다.
또 다른 근거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이다. 북한은 주요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드론까지 동원해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발사 장면과 비행 장면 등 3장의 사진뿐이었다. 롤링 현상을 '개별기동전투부(다탄두) 분리'로, 텀블링을 '기만체 분리'로 왜곡하기 위해 사진만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또한, 사진상 미사일 상부가 체스판 모습의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닮긴 했지만, 화염에서 고체연료의 '콜드런치'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고체연료 ICBM의 외형은 화성-17형과 다르다"며 "발사체와 화염 모습을 합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실패를 이처럼 성공으로 둔갑시킨 것일까. 북한은 지난달만 해도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곧바로 실패를 인정했다. 합참은 미사일 발사 장소와 공개할 수 없는 첩보에 근거해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폭발 지점이 '육상 상공'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낙하한 파편에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결국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성공을 위한 희생'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었다는 추측이다.
북한이 그동안 활용해 온 기만전술로도 해석한다. 우리 군을 혼란스럽게 만들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연평도 북방에서 포사격을 실시한 뒤 '포격이 아닌 폭약 발파'라고 주장하며 남남갈등을 유도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9월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며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외형 분석 결과 미사일 탑재를 위한 기형적인 개조로 정상적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다만 군 당국은 이번 실패가 '연료 배합 과정에서의 품질 불량' 때문으로 보고, 조만간 재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봤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해 새로운 미사일 기술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후속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