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디저트'로 알려진 매작과 호두강정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맛은 달콤함은 물론 '매콤짭짤'까지 갖췄다. '조선의 절대 미각' 대장금도 그 당시에 없던 식재료라 알아맞히기 힘들 비법 재료는 오뚜기의 '백세카레 매운맛'이었다. 카레는 은은하게 달달한 풍미가 특징인 전통 한과에 색다르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맛을 입혔다.
한과와 카레의 조화는 오뚜기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브랜드 경험 공간 '오키친스튜디오'에서 지난달 25일 진행한 언론 대상 쿠킹클래스에서 이뤄졌다. 오키친스튜디오는 오뚜기가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생전 살던 집터에 세운 '함하우스' 내에 있다.
자사 제품을 이용해 각종 요리를 만드는 오뚜기의 쿠킹클래스는 고객 대상으로 매주 열린다. K푸드에 관심 많은 외국인을 위한 영어, 일본어 수업도 있다. 2022년 3월 오픈 이후 1,400명이 다녀갔다. 회차당 참석 인원 8인을 감안하면 쿠킹클래스가 그동안 175회 있었던 셈이다.
참가자가 카레 매작과, 카레 호두강정을 무사히 만들 수 있도록 길잡이로 한식 디저트 브랜드 '연경당'의 정연경 대표가 나섰다. 연경당은 실제 이달부터 8월 말까지 카레를 이용한 매작과와 호두강정을 매장에서 내놓고 있다. 오뚜기가 1969년 설립하면서 창립 제품으로 선보인 카레 출시 55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각종 협업의 일환이다. 정 대표는 "이번 협업을 위해 짜장, 크림수프 등 다른 오뚜기 제품도 써봤는데 짭짤한 카레와의 궁합이 가장 잘 맞았다"고 말했다.
먼저 50분 정도 시연을 마치고 난 정 대표의 "어렵지 않다"는 말에 순간 근사한 자연 풍경을 후다닥 그려놓고 "참 쉽죠"라고 하던 미술가 밥 로스가 떠올랐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았음에도 조리대 앞에 서자마자 얼어붙은 건 전적으로 한과를 처음 만들어보는 '디저트 왕초보' 기자 탓이었다.
백미는 모양이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모습을 닮았다는 매작과였다. 카레를 섞은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먹기 좋은 크기인 가로 2cm, 세로 5cm로 잘랐다. 이어 핵심 포인트인 타래처럼 꼬길 수차례 반복한 끝에 반죽을 매작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단 추석 때 가족이 함께 빚은 송편 가운데 '못난이'가 섞여 있듯 기자가 만든 매작과 모양은 들쑥날쑥했다. 이어 매작과를 기름에 튀기고 설탕, 물엿, 카레를 넣어 미리 만들어 놓은 시럽에 살짝 묻혀 완성했다. 호두강정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시럽에 담근 호두를 끓여 달콤함을 머금게 한 다음 기름에 튀긴 뒤 카레를 묻히면서 끝냈다.
모든 음식에는 땀과 시간, 노력이 배어 있다지만 한과 조리는 손이 더 많이 가는 듯했다. 매작과, 호두강정을 튀기는 온도가 130도 정도로 비교적 낮았던 게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속까지 충분히 익히기 위해 서서히 튀긴다"며 "한식 디저트는 더 공을 들여야 하는 분야 같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연경당의 매작과, 호두강정 외에도 카레를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1일까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유명 맛집인 '도산분식'에서 '코코넛 카레 에그누들', '3일 숙성 비빔면' 등 카레 신메뉴를 선보인다. 또 빵 맛집 '만동제과'와 함께 카레 크루아상, 새우 카레 바게트를 출시해 지난달 9일까지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올해 창립 55주년, 카레 55주년을 맞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오뚜기 브랜드를 보다 즐겁게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기획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이색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