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정승' 첫 미국 대선 토론… 불안했던 바이든, 후보 교체설 대두

입력
2024.06.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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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승자 여론조사 "트럼프 67%·바이든 33%"
CNN "트럼프, 최소 27가지 허위·왜곡 주장해"
WP "바이든의 쉰 목소리, '고령 리스크' 증폭"
민주당 내부 '후보 교체설'도… 가능성은 희박
바이든 캠프 대변인 "중도 하차는 없다" 일축

"그는 최악의 대통령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이자(This guy)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감각이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

2024년 미국 대선의 첫 TV 토론이 27일(현지시간) 펼쳐졌다. 약 9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경제, 이민, 임신중지(낙태)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정책 공방 자체보다는 인신공격성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토론 시간 대부분을 잡아먹기도 했다.

이번 대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됐다. 그는 토론 중 20가지 이상의 거짓말을 늘어놨지만 공격적 태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불안정한 모습으로 '고령 리스크'를 키웠고 민주당 내부에선 후보 교체설까지 부상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측은 사퇴설을 일축했다.

경제·이민·임신중지… 건건마다 공방

두 사람은 이날 경제 성과에 대한 공방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일자리 창출 성과를 내세웠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정부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코로나19 이후의 당연한 반등이라고 폄하했다.

이민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공격 지점'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시민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범죄자, 테러리스트에게 국경을 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국경 강화 정책을 들어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은 40%나 줄었다"며 "과장이고 거짓말"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은 임신중지 이슈로도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문제는 주(州)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불리한 이슈를 피해 갔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명시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복원돼야 한다며 맞섰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론, 가자지구 전쟁 종전 방안을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트럼프, 당당히 허위주장… 바이든은 불안정

이번 토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 판정승'으로 평가됐다.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미국 CNN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토론을 더 잘한 사람이 '트럼프(67%)'라는 응답은 '바이든 (33%)'이라는 답변보다 두 배나 많았다. CNN은 이번 토론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불안정한 토론을 펼쳤다"고 요약했다.

CNN은 토론 후 팩트체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소 27가지 잘못된 주장을 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위 주장 4개, 과장·왜곡된 주장 4개를 말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당한 태도 덕분에 그럴싸해 보였다고 평가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때로 난해하고 명백히 거짓인 진술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자신의 허위진술을 덮을 만큼의 에너지와 음량으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는 한층 커졌다고 미국 언론은 지적했다. 감기에 걸린 것으로 전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쉰 목소리로 토론했고, 불분명하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나이를 걱정하는 많은 유권자에게 연약함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후보 교체론'까지… "가능성은 희박"

NYT는 이날 토론 후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후보 교체론이 대두했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앙"이라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교체를 논의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다만 교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민주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요건을 훌쩍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를 교체하려면)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경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해야 한다"며 "그가 물러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 대변인은 "그(바이든)는 중도 하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