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사상 첫 여성 의장으로 당선돼 7월 1일부터 서울시의회 제11대 후반기 2년을 이끄는 최호정(57) 의장은 “서울시와 TBS교통방송이 합당한 근거와 이유를 갖고 의회에 지원을 요청한다면 TBS 출연금 지원의 한시적 연장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TBS가 서울시의 출연기관으로서 남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하지만, 민영화 등 새 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시의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6월 10일 행정안전부에 TBS의 출연기관 지위 해제 요청을 보냈지만, 행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TBS는 여전히 법적으로 서울시의 출연기관 지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최 의장은 “시의회가 TBS 지원 조례 폐지안을 만들면서 해당 직원들의 고용 승계 부분을 부칙에서 빼버린 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며 “서울시가 의회에 TBS의 개선방향을 가져온다면 마다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서울시정 파트너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는 뜻도 비쳤다. 최 의장은 “오 시장은 4선 서울시장으로서 풍부한 정책적 이해와 경륜을 갖췄다”며 “그가 역점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역시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처방이라는 데 저 역시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의장은 정책 발표에 앞서 시의회와 소통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의장은 “서울시가 발표하는 정책은 막대한 예산을 수반하는데 그걸 결정하는 건 시의회”라며 “오 시장은 서울시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가 시의회라는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서울시의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으로 서울시 출자ㆍ출연기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꼽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등 서울시 출자ㆍ출연기관 17곳의 기관장 임기 만료가 올 하반기에 몰려 있다.
서울시의회는 원래 서울에너지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6개 출자기업만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지만 최 의장이 시의원 시절인 지난해 10월 발의한 조례안이 최근 통과돼 이번에 처음으로 서울시 모든 출자ㆍ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가 확대된다. 최 의장은 “TBS도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된 분들을 대표이사로 보냈다면 이렇게까지 어려워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올해 꼼꼼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서울시 출자ㆍ출연기관에서 TBS와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첫 여성 의장으로서 서울시의회를 이끄는 포부도 밝혔다. 최 의장은 “서울시의회 개원 68년 만에 첫 여성 의장의 탄생은 서울시의회를 넘어 한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변화이자 진전이라 본다”며 “여성 의장으로서 첫 시정 현장행보도 늘봄학교를 택해 남성들이 살피지 못하는 엄마와 여성의 마음으로 꼼꼼히 둘러보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최시중 전 위원장의 장녀다. 최 의장은 이번에 의장에 당선되고 나서 부친한테서 ‘송무백열(松茂柏悅ㆍ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됨을 기뻐한다는 의미)’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최 의장은 “의장으로서 주변을 포용하고 화합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