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선박 충돌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25명이 사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참사'의 유족 일부가 한국 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창모)는 '헝가리 유람선 참사' 사망자 5명의 유족 9명이 당시 패키지여행을 담당한 여행사 '참좋은여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행사의 과실과 동일시할 수 있는 현지 여행사 '파노라마덱'의 과실이 사고 원인이 됐다"면서 "여행사는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의한 책임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노라마덱은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운영 업체다. 재판부는 사망자 1인당 위자료를 2억 원으로 정하고, 일실수입(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 소득) 등을 고려해 유족 1인당 1억3,000만~8억2,000만 원을 배상액으로 정했다. 총배상액은 약 29억 원이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는 2019년 5월 29일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허블레아니호가 스위스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와 충돌해 발생했다. 충돌 직후 수초 만에 허블레아니호는 가라앉았고, 한국인 탑승객 25명과 헝가리인 선장, 승무원 등이 숨졌다. 한국인 여성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소송에서 여행사 측은 "안전배려의무를 준수했고, 우리 과실이 아닌 크루즈선의 무리한 추월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행사는 현지 가이드로 하여금 사고 발생의 위험성, 대처 방법 등에 대해 사전교육을 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질책했다. 약관상 여행사가 현지 여행업자 및 고용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손해도 배상한다고 규정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파노라마덱이 유람선 승무원 최소 요건(선장 1명·선원 2명)을 지키지 않은 데다 폭우로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구명조끼 착용 조치를 하지 않는 등 과실을 범했다고도 지적했다. 여행사 측은 "선원이 추가 승선했더라도 사고를 방지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최소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것 자체가 과실이며 승무원이 많을수록 추돌 위험성을 감지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며 물리쳤다.
다만, 여행사 책임 비율은 80%로 제한했다. 성인인 사망자들에게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스스로 주의할 능력이 있었고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조치를 도모할 여지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유족들은 파노라마덱과 바이킹 시긴호의 선주회사인 바이킹 리버 크루즈를 상대로 헝가리 법원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 올해 2월 승소했다. 유족 74명에게 총 67억 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헝가리법은 한국법과 달리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가족이 상속해 청구할 수 없다. 유족은 자신의 위자료만 청구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청구 취지를 각각 달리해 현지 법원과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고,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