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델라웨어를 찾는 이유

입력
2024.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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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버웹툰과 야놀자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해 화제다. 전 세계 1억7,000만 명이 이용하는 인터넷 만화 서비스 네이버웹툰은 미국에 설립한 웹툰엔터테인먼트를 28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여가 사업을 벌이는 야놀자도 야놀자US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의 미국 법인 설립 장소다. 두 회사 모두 델라웨어주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델라웨어주는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 법인 설립 장소로 선호하는 곳이다. 미국 기업도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곳이 많다. 구글 지주사 알파벳,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매그나칩, 세계 최대 인터넷교육업체 코세라, 쿠팡의 지주사 등이 델라웨어에 있다.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도 속속 델라웨어에 법인을 만들고 있다. 보험상품 비교로 유명한 금융기술(핀테크) 업체 해빗팩토리는 2022년 델라웨어에 법인을 설립해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허가권을 취득한 뒤 미국인들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런베어, 로봇 기술 업체 휴로틱스도 이곳에 법인을 세웠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대기업들도 델라웨어를 찾는다. GS그룹은 지난 4월 스타트업 투자전문업체 GS인피니티를, 롯데이노베이트는 얼마 전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위한 현지 법인을 각각 델라웨어에 설립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델라웨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과 기업 운영의 편의성이다. 델라웨어는 본사 주소지만 델라웨어에 두고 다른 주에서 돈을 벌더라도 세율 8.7%의 법인세가 면제된다. 그래서 지주사들이 델라웨어에 많다.

또 델라웨어는 회사법이 간단해 하루 만에 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한국과 달리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도 자유로워 1인 이사회를 만들어 마음대로 경영할 수 있다. 심지어 이사가 불법 행위가 아닌 경영상 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벤처투자사는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에 델라웨어를 추천한다.

그 바람에 인구 100만 명의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이지만 미국 상장 기업의 93%가 몰려 있다. 델라웨어는 사실상 법인 등록을 사업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주 예산의 40%를 법인 등록 비용과 이를 돕는 대행사 및 법무법인의 세금으로 해결한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 감면을 악용한 기업들 때문에 델라웨어주는 미국 내 조세피난처로 꼽힌다. 특히 '델라웨어주 윌밍턴시 노스오렌지가 1209번지'는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될 만큼 유명한 주소다. 여기에 무려 28만 개 기업이 몰려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의 페이퍼 컴퍼니를 비롯해 국내외 대기업들이 이 주소를 공유한다.

이해득실도 따져 봐야 한다. 향후 미국 여러 주에서 사업을 하거나 미국 기업을 여러 개 사들여 확장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델라웨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델라웨어에 본사가 있어도 매출의 상당 부분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면 자체 회사법을 적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라웨어는 제도와 법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조세 피난처 수준의 오명을 쓰면 안 되겠지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취사선택할 부분이 없는지 주의 깊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