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의장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말했다"

입력
2024.06.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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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서 윤 대통령과 독대 일화 소개
尹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된 사건 배제 못 해"
金 "尹 의구심,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자신은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27일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을 소개하며 이같이 서술했다.

그는 당시 “제 생각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그가 더 일찍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윤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적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내 말이 다 맞으나,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럴(조작된 사건일)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극우 유튜버의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며 “윤 대통령의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 ‘그런 방송을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양곡관리법’등 거부권 행사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여야 갈등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나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공공연히 예고된 가운데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며 “더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무력화될 것이 뻔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야말로 의회의 입법권을 훼손하는 행위였다”고 적었다.

야당의 양곡관리법 처리가 거부권 행사를 정쟁의 기회로 삼으려던 것일 수 있다고 의심하며 “의도는 농민을 위한 것이었을지라도, 결과가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나 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당을 향해서는 “대놓고 대통령 거부권을 종용한 것이 국가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 여당의 태도인가”라며 “타협안을 만드는 것이 여당의 책무다. 도대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누가 이득을 본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박세인 기자
이민석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