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사상법'으로 체제 이완 덮으려는 북한의 인권 유린

입력
2024.06.28 00:10
27면


통일부가 최근에 제정된 주민 통제 관련법을 근거로 공개처형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어제 발간했다. 북한의 사상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체제 이완의 반증이기도 하다. 정상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행태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국내외적 압력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이번 북한인권보고서에는 2022년 황해남도에서 20대 청년이 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시청하고 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는 탈북자 증언이 처음으로 수록됐다. 북한은 2020년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2021년엔 청년교양보호법을, 지난해엔 괴뢰(남한) 말투를 근원적으로 없앤다는 목적의 평양문화어보호법을 각각 제정해 남한 문화와 사상 유입, 유포행위를 처벌해왔다. 이 3대 통제법은 남한 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북한 청년계층을 겨냥한 목적성이 강하다. 남한 어투나 결혼형태에 대한 단속 등의 탈북민 증언이 그러하다. 사실 한류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진 중국, 러시아를 통한 유입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오물풍선 살포라는 비상식적 대응을 하는 건 한편으로 북한주민에게 대남 적대감과 경계심을 심기 위한 선전선동 전략이 아닐 수 없다.

23년째 채택되고 있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도 근년 들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의 반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수년의 노동교화형에 공개처형까지 가하는 북한의 공포정치가 야기하는 인권 유린의 심각성을 외면할 수 없다. 북한은 인권침해를 부정하면서 유엔 결의안을 외면하지만 인간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라는 국내외적 압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장애가 된다는 상황 논리로 인권에 뒷짐 지는 일이 없도록 여야의 초당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다만 일부 탈북자 증언에 의존해 북한의 반인권 형태를 마구잡이 비난하는 자세는 지양하고, 체계적인 접근과 검증이 뒤따라야 보다 강력한 설득력과 명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