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2년 만에 '원복'됐지만... "무너진 연구현장은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24.06.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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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조 원 확정... 전년보다 2.9조 원 ↑
3대 첨단기술, 우주경제에 집중 투자
현장 안도·환영하면서도 의구심 여전
몰아주기 우려에 원복 기준 논란까지

정부가 내년 주요 국가연구개발(R&D) 예산을 24조8,000억 원 규모로 확정했다. 지난해 전례 없는 예산 삭감 파동을 일으킨 지 1년 만에 R&D 예산 규모를 원상복구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 원으로, 대규모 삭감이 있었던 올해 예산(21조9,000억 원)보다 2조9,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이는 2023년 주요 R&D 예산 24조7,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선 정부는 '3대 게임 체인저' 기술로 규정한 △인공지능(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기술에 3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실패 위험이 크더라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혁신·도전형 R&D에 1조 원을 투자한다. 예산 삭감 여파가 매우 컸던 것으로 평가된 기초연구는 전년 대비 11.6% 증액한 2조9,400억 원을 배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우주 경제와 미래 에너지 분야에도 3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

과학기술계는 R&D 예산 원복에는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정부의 진정성이나 투자 방향성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예산 삭감 여파로 연구 현장은 이미 곳곳이 무너지고 있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고, 수습할 묘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은 "예산이 증액된 만큼 연구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올해 예산 삭감으로 인해 중단된 과제들은 어떻게 구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예산 규모는 증액됐으나, 수월성 위주의 연구에 투자를 몰아주는 방향성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있다. 기초연구연합회장인 정옥상 부산대 화학과 교수는 "기초연구 분야 예산이 원상복구되긴 했지만 무너진 기초연구계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연구의 수월성만 강조돼, 있는 사람만 더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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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주요 R&D 예산에는 기획재정부가 심의하는 일반 R&D는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국가 R&D 예산 전체가 정부 공언처럼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게다가 과기정통부와 재정당국은 내년도 예산 원복의 기준을 예년과 달리 해석해야 한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전체 국가 R&D 예산은 31조1,000억 원, 2024년은 26조5,000억 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R&D 성격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 1조8,000억 원 규모를 비(非)R&D 분야로 이관했기 때문에, 2023년 전체 R&D 예산도 31조1,000억 원이 아닌 29조3,000억 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예산 원복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낮추려는 의도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요 R&D와 일반 R&D를 합친 내년도 전체 R&D 예산 규모를 8월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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