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매 가담’ 온두라스 전직 대통령, 미국서 징역 45년 선고

입력
2024.06.27 13:46
코카인 400톤 미국 밀반입 돕고 뇌물 수수
미 법원 “권력 굶주린 두 얼굴 정치인” 질타
퇴임 3주 후 체포→미국으로 신병 인도돼

2022년 1월 퇴임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마약 밀매 가담’ 혐의로 미국 법원에서 징역 4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온두라스를 ‘마약 통로 국가’로 만들고, 미국마저 마약으로 오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이날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지난 3월 유죄 평결을 받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5년과 벌금 800만 달러(약 111억 원)를 선고했다. 2014년 1월 취임해 연임에도 성공한 그는 재임 8년간 마약 카르텔과 공모, 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에서 생산된 코카인 400톤의 미국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검찰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범행이 2004년 시작됐고, 마약 밀매업자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돈은 대선 자금 등으로 쓰였으며, 특히 대통령 시절 그는 마약 운반 과정에 군 병력과 경찰력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권력에 굶주린 두 얼굴의 정치인”이라고 질타했다. 겉으로는 ‘마약 밀매에 맞서는 투사’임을 자처해 왔던 그의 이중성을 꼬집은 것이다.

재임 기간 중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마약 유입 차단’ 노력에 협력하는 동맹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온두라스 정치 엘리트와 마약 카르텔 간 유착을 추적하던 미 법무부에 꼬리가 밟혔고, 퇴임 3주 만인 2022년 2월 현지 경찰에 체포돼 같은 해 4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이날 선고 형량이 검찰 구형(종신형)보다 낮긴 하지만, 현재 그가 55세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형에 가깝다고 AFP통신은 짚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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