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2024년 미국 대선 후보 간 첫 TV 토론이 박빙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유권자 10명 중 7명은 이번 대결이 대선 판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누구든 토론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지지율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 CNN방송이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는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현지시간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10시) 시작된다.
이번 토론은 진검승부를 넘어선 '맨손 승부'다. 두 후보는 펜과 빈 메모장, 물 한 병만 갖고 90분간 일어선 상태로 토론해야 한다. 사전에 준비한 원고나 자료는 지참할 수 없다. 토론 도중은 물론, 중간 광고시간에도 참모와 대화할 수 없다. 환호·야유의 영향도 차단하기 위해 청중 없이 토론을 진행한다.
특히 '발언 순서가 아닌 후보의 마이크는 끈다'는 규칙이 눈길을 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2020년 첫 대선 후보 토론에서 가장 유명한 발언은 "닥쳐 줄래(Will you shut up, man)?"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말에 연신 끼어들며 발언 시간을 잡아먹자 인내심을 잃은 바이든 대통령이 쏘아붙인 말이다.
CNN에 따르면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국경(이민) 정책 △경제 등의 분야에서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임신중지(낙태)권 △2021년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 등의 문제를 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붙일 것으로 점쳐진다.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도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이 일어선 채 90분간 토론하면서 지친 기색을 감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여러 차례 단어나 인명을 헷갈려 인지 능력을 의심받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역시 말실수가 잦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토론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박빙 우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전국 여론조사 평균을 집계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46%로 동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치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등 7개 경합주 중 5개 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유죄' 판결도 접전 양상을 바꾸지 못했다. NYT와 시에나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68%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이 "지지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죄 판결로 "덜 지지하게 됐다"는 응답은 19%, "더 지지하게 됐다"는 응답은 10%였다.
아직 대선의 향방이 안갯속인 만큼 이번 정면 대결은 더욱 시선을 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20~2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10명 중 7명은 이번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74%) 또는 트럼프 전 대통령(68%)의 선거운동 성공에 중요하다고 본다. 응답자 68%는 TV 토론 전체 또는 일부를 "생방송으로 볼 것 같다"고, 75%는 "토론 뒤 편집된 짧은 동영상을 볼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