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시장에서 IPO(기업공개)에 나선 네이버웹툰이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다. 공모가가 희망 가격 중 가장 높은 21달러(약 2만9,000원)로 결정됐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는 네이버웹툰은 상장과 함께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확대하며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인 주당 18∼21달러의 상단인 21달러로 결정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7일부터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서 WBTN 종목 코드로 거래된다.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에버코어다.
공모가 상단 가격이 적용된 것은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26억6,685만 달러(약 3조7,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IPO를 통해 보통주 1,500만 주를 발행, 최대 3억1,500만 달러(약 4,377억 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자금을 얻게 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IP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거나 웹툰을 드라마·영화로 재탄생시키는 일. 디즈니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미디어 제국을 이룬 것처럼 네이버웹툰도 플랫폼 확장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영상 제작 역량도 끌어올리고 있다. 자회사 영상제작사 '스튜디오N'이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더 에이트 쇼' 등에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도 드라마에 이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이 실탄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영상 제작사 등 2차 사업에 역량 있는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인공지능(AI) 기술 투자도 확대한다. 2026년까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약 1,8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네이버웹툰은 채색을 돕는 AI 페인터를 베타 서비스 하는 등 창작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AI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스토리 아이디어만 있으면 웹툰을 만들 수 있도록 AI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용자들이 네이버웹툰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작가 및 캐릭터를 학습한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캐릭터챗' 서비스도 선보였다.
네이버웹툰을 이끄는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2004년 네이버에 평사원으로 입사했고 만화를 좋아했던 개발자다. 그는 한국에서 특화된 서비스였던 웹툰을 키운 지 20년 만에 미국 상장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게 됐다. 만화를 좋아했던 김 대표는 인기 웹툰인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와 '패션왕' 기안84 등을 발굴했다. 이후 네이버의 서비스 중 하나였던 웹툰을 주요 사업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목표는 10년 동안 가장 큰 히트를 칠 IP 프랜차이즈를 웹툰에서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