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지훈련 기간에 술을 마시고 미성년자 후배를 성추행한 혐의로 3년의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진 여자 피겨 국가대표 선수가 이해인(18·고려대)으로 드러났다. 그는 음주는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피해자와 연인 사이였다며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해인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술을 마신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고 계속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남자 후배를 성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해인은 피해자에 대해 "고등학생일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였고,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만나 다시 사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인 사이에 할 수 있는 장난이나 애정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오해까지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가족의 반대로 헤어진 두 사람이 이번엔 비밀리에 사귀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둘의 행동이 이상하게 비쳤고, 결국 성추행 논란으로 비화했다고 설명했다. 비밀 연애였기 때문에 최초 빙상연맹의 조사에서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지난달 15~28일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열린 피겨 국가대표 합동 전지훈련 기간 도중 이해인은 동료 A와 함께 방에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에는 미성년 남자 후배 선수 B도 동석했다. 당시 이해인은 B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연맹은 지난 20일 이해인에게 선수 자격정지 3년, A에게 1년의 징계를 내렸다. 여자 숙소에 출입한 B는 훈련지침 위반에 따라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해인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포스트 김연아'로 평가받는 선수다. 그러나 징계로 인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발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이해인은 연맹의 상위기구인 대한체육회에 징계 처분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이해인 측 법률대리인 김가람 변호사는 "연인 관계에서 있었던 가벼운 스킨십이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소명하고, 이해인 선수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처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빙상계의 성추문 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여자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가 수년간 조재범 코치로부터 강제추행 및 강간을 당한 사실이 폭로되며 '빙상계 미투'가 촉발됐다. 같은 해에는 남자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훈련 중 장난을 치다 후배 황대헌의 바지를 내려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