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의 '애콜라이트', 엇갈린 반응 나오는 이유

입력
2024.07.01 21:16
이정재의 '애콜라이트', 국내외 다른 시선 
해외 네티즌들 "놀랍지 않은 스토리" 지적
국내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과거와 다른 무게감

배우 이정재가 '스타워즈' 세계관에 합류하면서 '국위선양' 급의 찬사가 이어졌으나 베일을 벗은 '애콜라이트'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뉴스와 웹 예능 등 다수의 홍보 프로모션에 참여하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화제성은 미비하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는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황금기로 불리던 시대에 전대미문의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 속 새롭게 떠오르는 어둠의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다. 극중 이정재는 비밀의 열쇠를 쥔 오샤의 옛 스승이자 제다이 기사단의 마스터 솔로 분했다.

지난해 하반기 디즈니플러스는 이정재의 '애콜라이트' 캐스팅을 알렸고 국내 배우로서는 최초로 '스타워즈' 세계관에 합류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이정재가 맡은 캐릭터, 제다이 역할이 극중 서사에서 주요한 입지와 분량을 갖고 있기에 단순히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 역시 기대가 컸다. 다만 공개 후 평가는 엇갈린다.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들은 10점 만점에 6.4점을 줬으나 시청자들은 100점 만점에 13점을 줬다. 다만 이 점수에 한해 일부 '스타워즈' 팬들이 이정재의 캐스팅을 두고 'PC(정치적 올바름)주의'라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디즈니플러스에 따르면 '애콜라이트'는 공개 후 닷새간 1,000뷰 기록하며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스타워즈' 시리즈 전작인 '아소카'의 1,400만 기록을 깨진 못했다.

로튼토마토 속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은 상반된다. "흠이 있더라도 유망한 출품작" "새로운 설정과 톡톡 튀는 비주얼은 이 오그라드는 스토리를 살리기에 충분하지 않다" "놀랍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다" "우리가 스타워즈 TV에서 본 최악의 것도 아니고 최고의 것도 아니다"라는 등 장단점을 지적했다.

이정재의 할리우드 진출은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됐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해외 유수의 시상식, 행사 등에서 이정재의 위치가 달라졌다고 밝힐 만큼 이정재는 어느덧 전 세계가 사랑하는 배우가 됐다. 메가폰을 잡은 '헌트'까지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으며 이정재의 전성기가 도래했고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이정재의 차기작이 '스타워즈' 시리즈라는 사실은 국내 팬들을 흥분케 했다.

그간 국내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사례가 없진 않았다. 과거 정지훈(비)의 영화 '닌자 어쌔신', 배두나의 '센스8', 김윤진의 '로스트', 이병헌의 '지아이조' 등 다양한 작품들이 해외에서 공개됐으나 연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국내 팬들의 설렘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화제에만 그쳤다. 특히 전형적인 동양인 프레임이 강한 캐릭터에 주로 한국 배우가 소비됐다는 지적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이에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 이후 아시아권 배우들의 다양한 얼굴이 전 세계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과거와 달리 K-콘텐츠가 어느덧 전 세계의 중심에 섰다. 기자가 만난 한 배우는 "할리우드 진출도 너무 좋지만 훌륭한 드라마와 현장을 만나는 게 더 좋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 배우 수현 역시 할리우드 영화 캐스팅을 거절하고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 합류했고 드라마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배우 송강호는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나 할리우드가 아닌 국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할리우드 시장에서 우뚝 서 있는 이 시점에서 배우들에게 할리우드 진출이 꼭 최선책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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