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불안에 '변화' 대신 '안정' 택한 유럽… EU 수장 연임 수순

입력
2024.06.26 18:00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연임 고지
'유럽 선거 1위·안정적 리더십' 영향
정상회의→의회 투표 거쳐 최종 확정
나토 총장엔 뤼터 네덜란드 총리 지명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연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EU 고위직 협상 대표단이 25일(현지 시간) '폰데어라이엔 2기 체제'에 합의한 것이다.

물론 이달 초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유럽국민당(EPP)이 1위를 차지하면서 연임 가도에 청신호가 켜지긴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역내 정세 불안 속에 수장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그에게 더욱 힘을 싣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장 연임 수순 '착착'... '3대 요직' 구성도 합의

미국 폴리티코, 독일 디차이트 등에 따르면 EU 고위직 협상에 참여하는 6개국 정상(그리스 폴란드 스페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은 EU 정상회의 개막(27일)을 이틀 앞둔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두 번째 임기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유럽의회 내 중도 성향 정치그룹인 EPP(그리스, 폴란드), 사회민주당(스페인, 독일), 리뉴유럽(프랑스, 네덜란드)에 각각 속해 있다. 세 정치그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수 중 과반(720석 중 399석)을 확보했고, 차기 집행위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연임 전망은 일찌감치 나왔다. EU법상 유럽의회 선거 1위를 차지한 정치그룹의 대표가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고려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임기(2019~2024년) 동안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초대형 이슈를 잇따라 맞닥뜨렸음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집행위원장과 함께 'EU 3대 요직'으로 불리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직에는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와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가 각각 후보로 지명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독일 출신인 탓에 중·남·동유럽으로 지역 분배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27, 28일 회의에서 27개국 정상이 이들 세 명의 후보자 임명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지도부와 어느 정도 연동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으로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26일 공식 지명됐다. 뤼터 총리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10월 취임한다.

"중도좌파 일색" 헝가리 반대... 의회 투표도 거쳐야

이러한 구성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헝가리 극우 민족주의 정당 피데스를 이끄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중도·좌파 성향 정치그룹으로 주요직이 채워졌다며 "포용 대신 분열의 씨앗을 뿌린 것"이라고 엑스(X)에 썼다.

최종 임명을 위해선 유럽의회에서 과반 찬성표도 받아야 한다. 의석수만 놓고 보면 EPP·사회민주당·리뉴유럽이 이를 충족하지만, 이탈표가 생길 수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등이 추가 지지 확보를 위해 녹색당 등을 상대로 '물밑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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