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묵인' 의혹 야구부 감독, '중징계 취소' 소송서 패소

입력
2024.06.27 04:30
야구단장 아들 의혹 있었던 명문고 감독
법원 "학폭 소극 대응 자체가 징계 대상"

운동부 내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서울 지역 명문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나진이)는 서울 지역 공립학교인 A고교의 야구부를 지도했던 B 전 감독이 해당 학교장을 상대로 낸 정직 3개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21일 각하했다. 각하는 청구 요건이나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경우, 본안에 대해 심리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공립학교가 학교 운동부 지도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은 공법상 근로계약으로 행정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징계 결정 역시 교장이 근로계약에 따른 권리를 행사한 의사표시로 볼 수 있으므로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행정청의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소송으로 다룰 수 없는 사건이라는 의미다.

다만 재판부는 각하 판결한 사건에선 드물게, 본안에 대한 가정적 판단을 거쳐 "위법한 징계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간 B 전 감독은 "언론보도 전까지 '학폭 의혹'을 인지하지 못했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도 해당 사안에 '조치 없음' 결론을 내렸다"면서 "징계사유 자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법원이 B 전 감독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B 전 감독)가 쓴 자인서를 보면 원고는 2022년 11월 학부모 면담에서 피해학생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 자인서 내용이 허위임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원고는 학폭 담당부서장이나 교장에게 이를 보고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학폭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고 하더라도, 학교운동부 지도자가 학폭으로 의심되는 사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자체가 징계사유"라면서 "B 전 감독이 주장하는 사정과 증거만으로는 학교의 징계 결정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5월 A고 야구부에서는 현직 프로야구 단장의 자녀를 포함해 같은 학년 선수 3명이 동갑내기 부원을 상대로 학교폭력을 일삼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도자인 B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정직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다만 징계의 정당성을 두고 법원은 매번 학교의 손을 들어줬다. B 전 감독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서도 1심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물리쳤고,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한편 지난해 피해자 측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학폭위 결론과는 다르게 학교폭력이 실재했다고 보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3명 중 프로구단 단장 자녀를 제외한 2명을 올해 초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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