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패션 한류, 성공과 우려

입력
2024.06.26 19:00
25면

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s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 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드립니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패션의 인기가 꽤 높습니다. 과거에는 한류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한정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팝업은 물론 단독 매장을 오픈하고 대기 줄까지 만들어지는 풍경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내 인기가 많은 한국 브랜드는 이미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의 인기와 매출로 검증된 브랜드로, 해외 혹은 일본을 겨냥해 기획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진출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현재 어느 정도로 인기가 있고 이 성공의 요인, 그리고 그 이면의 우려되는 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브랜드 진출을 넘어 유통 진출까지

현재 일본 내 가장 인기 있는 국내 브랜드는 일명 '3마'라고 불리는 3개 캐주얼 브랜드입니다.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르디메크르디입니다. 이 브랜드들은 이미 국내에서 연간 매출 500억 원을 훨씬 넘기며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하면서 확장한 3개 브랜드는 현재 오프라인 매장에 적극 진출, 한국을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입니다.

이들 3가지 브랜드의 특징은 여성 고객들 위주의 캐주얼 브랜드라는 점과 로고, 브랜드 네임을 활용한 그래픽 위주의 상품 기획력이 돋보입니다. 로고가 프린트된 반팔 티셔츠는 가격이 4만~5만 원 수준으로 10대에서부터 30대 고객까지 접근이 가능해 브랜드의 접근성이 매우 높습니다. 브랜드를 경험하고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템으로의 구매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잘 만들어낸 브랜드입니다. 유니섹스 브랜드이지만 여성 라인에 집중한 상품 구성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 고객을 집중시키고 브랜드를 빠르게 성장시키기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진출은 이제 단독 매장까지 오픈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일본의 청담동이라고 불리는 도쿄 시부야구 다이칸야마에 마르디메크르디가 단독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약 100평 규모의 2층 건물로 다이칸야마에서도 꽤 큰 규모로, 오픈 당일에는 건물을 한 바퀴 감는 오픈런 인파가 몰렸습니다. 다이칸야마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대부분 디올, 프라다, 랄프로렌 등 명품 브랜드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진출 사례입니다.

또한 현대백화점이 일본 유통기업 메디케어랩스와의 협업을 통해 도쿄 시부야 파르코백화점에서 운영한 팝업 '더현대 글로벌'에서 노이스,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뗑킴 3개 브랜드는 20일 동안 약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중 특히 마뗑킴은 오픈 당일에만 3,000명의 고객이 방문해 일본에서 진행한 한국 패션 팝업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방문한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 한국 패션은 일본인들에게 관심을 넘어 높은 매출로 이어지는 주요한 산업의 하나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의 동경, 패션까지 이어지다.

한국 패션에 대한 일본 소비자의 관심과 높은 매출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K팝'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아이브, 뉴진스 등 한국 인기 걸 그룹이 일본 유명 패션 잡지와 유튜브 영상에서 주된 주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아이돌의 문화는 팬덤을 넘어, 일본 인플루언서들이 한국 패션을 따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브랜드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아이돌의 인기,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따라 하기는 일본 젊은 세대에 '한국 패션은 힙(Hip)하다'라는 인식을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관심이 매출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낮은 가격대를 통한 접근성이 주요한 요인입니다. 앞서 언급한 3개 브랜드의 티셔츠는 보통 4만~5만 원대 가격이 주를 이룹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브랜드이기에 저가격으로 판매가를 책정하고 시작할 수 있었던 브랜드의 이점이 여기서 나타납니다. 높지 않은 가격대는 한국 문화와 K팝에 대한 관심이 패션으로 연결되면서 시도해보기에 어렵지 않아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브랜드 경험이 가능했고, 만족한 고객들로 하여금 브랜드의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는 과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 브랜드가 대부분 한국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대임을 생각한다면 이는 상당한 경쟁력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팝업으로 진행된 파르코백화점에 3개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대의 일본 브랜드는 없을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도쿄 시내에는 한글로 된 간판과 메뉴가 가득 적힌 술집이 간간이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주를 즐기는 모습을 공공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4월에 오픈한 맘스터치 시부야점은 그 인기가 상당해 대기 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먹거리부터 패션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속성이 결여된 '브랜드력', 과연 언제까지 살아남을지

다만 성공적인 진출에 축배를 들기 전 과연 문제점은 없는지, 한계는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브랜드 로고에 의존한 상품 기획은 오랫동안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굳이 브랜드를 노출시키지 않아도 되는 아이템은 유니클로 같은 SPA를 구매하겠지만, 앞서 국내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브랜드 로고를 노출시키고자 하는 고객들의 마음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고 플레이로 성공한 국내 브랜드 중 상품 디자인적인 면이 훌륭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드문 편입니다. 브랜드가 패션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로고에 의존하기보다는 디자인적인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언젠가 로고를 지겨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명품 브랜드의 '로고 플레이'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명품 브랜드의 그것은 브랜드만의 고유 디자인과 상품 퀄리티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캐주얼 브랜드와의 로고 플레이와는 그 출발이 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꾸준히 만들어 가야 합니다. 현재 성공적인 진출을 한 브랜드는 대부분 5년이 채 넘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업력이 길지 않으면 매출 혹은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 마케팅, 모델 심지어 브랜드의 방향성까지 변경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브랜드는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하면서 고객들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시간을 축적해주어야 합니다. 브랜드만의 색깔이 온전히 만들어지게 되면, 트렌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아이돌이나 연예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중심이 확실한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한국 브랜드는 매출에 의해 강건히 지켜나가야 할 연속성이 약하고, 트렌드와 연예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때문에 아직까지 오래된 한국 패션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히 개선해나가야 할 한국 패션 브랜드의 문제점입니다. 무엇보다 브랜드가 일본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한국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옷이 멋지다, 힙하다'라는 1차원적인 접근도 있지만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접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패션이 한국보다 훨씬 앞서 시작했다는 점을 전 칼럼에서 언급했었습니다. 현재 일본 패션이 높은 퀄리티의 장인 정신 혹은 아방가르드한 패션으로 일컬어졌던 부분이 다소 느리게 느껴지고 평소에 입기 어렵고 평범하지 않다는 평에 비해, 한국 패션은 빠르고 접근성이 좋으며 젊고 힙한 느낌이 강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이에 흥미를 느낀 일본의 젊은 세대가 현재의 한국 패션과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점에 있는 한국 패션의 일본 진출은 앞으로 어떻게 성숙한 브랜드 구성과 지속적인 브랜드 성장을 기반으로 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