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명심"… 비전 사라지고 '명비어천가'만 남은 전당대회

입력
2024.06.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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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명심(이재명 전 대표의 의중)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최고위원 후보들 모두 비전보다는 이 전 대표와의 친소 관계를 앞세우면서다. 하마평에 오르는 나머지 후보들도 전부 친이재명(친명)계다. 쓴소리를 하는 비주류 후보들이 여럿 출마했던 기존 전당대회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또대명(또다시 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올라탄 노골적인 자리 경쟁만 남은 셈이다.

민주당은 26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출범으로 최고위원 선출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와 함께 당을 운영할 최고위원 5명을 뽑는다.

이날까지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후보는 강선우(재선), 김병주(재선) 의원이다. 둘 모두 '이재명과 정권 창출'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강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사퇴한 24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김 의원도 "이 전 대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 창출의 승리를 위해 선봉에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마평에 오른 나머지 후보들 모두 여지없이 친명계로 분류된다. 김민석(4선), 전현희(3선), 한준호(재선) 의원을 비롯해 원외에서는 김지호 당 상근부대변인 등이 출마를 저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친명계 민형배 의원(재선)과 이성윤 의원(초선), 정봉주 전 의원은 다음 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에 비명계 최고위원이 포함돼 있던 '이재명 1기 체제'에 비하면 출마 단계부터 눈에 띄게 다양성이 실종된 모습이다.

모두 친명계 일색이라 서로 차별화가 어려운 탓에, 각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이 대표와의 친소 관계를 내세웠다. 너도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전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거나, 이 전 대표의 대권 가도를 돕겠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반면 그간의 의정활동이나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당을 이끌 비전을 발표하는 내용은 없었다. 각자 몸담은 계파가 있더라도 특정 인물을 위해서가 아닌 당의 노선을 두고 겨뤘던 최고위원 선거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당내에서부터 쓴소리가 나왔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이 전 대표를 칭송하는 '명비어천가'를 부른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최고위원으로서 자기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