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통해 사실상의 군사동맹 관계를 회복하면서 북한 병력의 우크라이나전 투입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파악된 건 없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전을 서둘러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방북 기간 러시아 중심의 패권 질서 장악을 위한 '반미 연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파병을 결정한다면, 그 배경은 경제적 이익과 전쟁 경험, 그리고 러시아와의 연대 강화 때문일 것으로 분석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북한은 늘 전쟁 경험을 쌓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며 "정치적 부담은 크지만 당장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전쟁 경험도 필요하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상으로는 점령지역 재건을 위한 공병부대가 첫손에 꼽힌다. 전투력이 집약적인 군대를 파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 사회 시선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 이사장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역을 복구하기 위한 인력 지원이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지역으로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선언한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이 거론된다. 이번에 체결된 북러 조약 역시 '북러 중 한 나라가 무력 침공으로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다른 나라가 유엔 헌장 51조와 국내법에 따라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침공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 상태인 지역이 선택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러시아 지역에 상주하고 있는 벌목공들이 군사훈련을 명목으로 참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 규모는 5만7,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직 국정원 분석관은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제대군인들"이라며 "외화벌이 사업 일환으로 전장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파병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는 은폐하거나 함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선 2015~16년에도 시리아 지원을 위해 쿠웨이트와 카타르 지역에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인 남강건설과 철현건설을 통해 군인을 보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공식적으로 부인을 해왔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대사대리는 "외화벌이 목적으로 군을 보낸 게 사실"이라며 "회사에 속해 있는 군인들 모두 자기 계급을 달고 있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주재 남강건설 회사 사장도 대좌(대령)로 알려졌다.
다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북한의 병력이 '지방발전 20X10정책'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이 많지 않다"며 "정치적으로도 국제사회의 압박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가면 심각한 진영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