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용 전 주스웨덴 한국 대사의 회고록 '스웨덴 리포트 2008-2011'(조앤리)은 스웨덴이 어떻게 유럽의 강소국이 됐는지 조명한다. 회고록이지만 국제관계학이기도 하고, 사회정책학이기도 하며, 민족지의 면도 보여준다.
스웨덴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중립국이며, 복지국가이고, 환경국가이면서 성평등 1위 국가다. 민주주의, 국가경쟁력 등 다방면에서 선진국 중 상위권 위상을 유지하는 기반은 거버넌스에 있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정치인의 부패는 있을 수 없으며, 국회의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보통 사람일 뿐이라는 스웨덴 정치의 엄격한 도덕성은 저자의 부러움을 산다. 복지국가 체계를 잡은 근간에는 억센 환경의 산물인 바이킹의 평등 전통이 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진보국가의 첨단을 걸었던 건 아니다. 심각한 환경오염에 몸살을 앓았고, 최빈국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200년간 중립국을 유지해온 배경도 이채롭다. 강대국 보장 하에 이루어진 것도, 헌법에 명시된 것도 아니다. 도덕적 규범 외교에 기반해 냉전 시기엔 미국과 옛 소련 두 강대국을 비판하며 완충국임을 자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결정도 정치적 논란이 적지 않았다.
저자는 스웨덴은 특별한가를 묻는다. 끊임없는 변신과 개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완벽한 사회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교육의 질 저하, 소원한 가족관계, 보편적 복지제도 폐단, 극우정당 득세, 난민과 이민 수용에 따른 사회통합 문제를 거론한다. 외교관의 균형감각으로 스웨덴 모델의 장단점을 보여준다. 36년간 외교 무대에서 활약한 저자의 혜안이 녹아 있어 외교관직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