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면 까"... 수백억 부실 대출 태광계열 저축銀 전 대표 영장

입력
2024.06.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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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경법상 배임 등 혐의 사전구속영장
변제 능력 없는데 직원에 대출 강요

태광그룹 계열 저축은행의 전직 대표가 수백억 원대 부실대출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였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여경진)는 25일 태광그룹 계열사인 예가람저축은행·고려저축은행의 이모 전 대표, 부동산 개발시행사 G사의 대표 이모씨 등 2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표는 이씨의 회사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보대출을 강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존 새마을금고 대출금 250억 원의 만기 연장을 위한 20억 원가량의 이자 및 약 100억 원의 사채를 갚는 등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이씨의 회사에 부당하게 대출을 실행해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게다가 G사가 △300억 원대 채무를 갖고 있고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전혀 없는 점 △담보 제공 토지는 다른 담보가 잡혀 있어 가치가 없는 점 등을 모두 알고도 이 같은 대출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저축은행 직원들이 부실 대출 우려를 보고하자 "(이호진) 회장 딜(거래)이다"라거나 "까라면 까야지"(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라는 등 거짓말을 해 결국 150억 원대 대출금을 지급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G사는 2022년 초 사업 인허가를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이 좌초될 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수감 중 회사를 운영했던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과 친밀한 관계인 이씨를 돕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집중하는 한편, 김 전 의장이 이들의 범행에 입김을 미쳤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강지수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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