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후보 등록 마감일인 25일, 당권의 80%를 좌우하는 당심 구애에 나섰다. 특히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은 경북을 찾았는데, 공교롭게 윤석열 대통령도 6·25전쟁 74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대구를 방문해 텃밭 대구· 경북(TK)에 나란히 얼굴을 드러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사무처와 보좌진들을 공략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손잡은 나경원 의원은 서울시의회에, 외교통을 자처하는 윤상현 의원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접견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경북 지역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경북 안동시·칠곡군·구미시·김천시 당원을 연이어 만났고, 이철우 경북지사와 면담했다. 당원의 약 40%가 연고를 둔 텃밭 TK 집중공략에 나선 것이다. 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날 대구 방문 일정과 맞물려, 원 전 장관이 본격적인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원 전 장관은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원 후보를 지원할 생각"이라며 "당정관계에 대한 협력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이 지사 면담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당정관계에서 할 말은 하고 고칠 건 고치되 한 팀이라는 애정을 갖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의 이런 행보는 '대세론'을 형성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친윤 대 비윤석열(비윤)계' 구도 위에서 한 전 위원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한 나머지 후보들의 '반한동훈(반한)계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나 의원이 이날 '친윤계'가 대거 포진한 보수 외곽 조직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정기 세미나에 참석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 당이 허약해지고 힘들어진 것은 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오랫동안 수고하신 당원들이 존중받는 그런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강연자로 참석한 오 시장을 향해 "공개 지지해드렸다"며 "대선에 나갈 사람이 당을 맡아서는 안 된다. 대선 나가고 싶은 사람이 당대표가 되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부터 바꾸면서 '사당화'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주자로 유력하게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의 잠재 경쟁자인 오 시장을 띄우면서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 의원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아 서울 지역 기초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당 사무처 당직자와 의원실 보좌진들과의 스킨십에 주력했다. 한 전 위원장은 후보 등록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 당의 기둥이 사무처 당직자"라며 "당연히 제가 먼저 찾아뵙고 어떤 이유로 당대표에 출마하는지 설명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재임 때부터 이들을 챙긴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이후에도 이들과 만남을 갖는 등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 '외교통'으로 꼽히는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면담했다. 전날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건 사망자 대다수가 중국인 노동자인 만큼 위로를 전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