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프리덤 에지' 앞둔 美 항모 승선… "한미일 협력, 강력 억제 수단"

입력
2024.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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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첫 훈련차 부산 정박한 루스벨트함 방문 
박정희·김영삼 이어 현직 대통령 美 항모 승선
北 위협 속 '워싱턴 선언' '한미일 협력' 메시지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한미일 첫 다영역 군사훈련을 앞두고 부산에 정박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 승선했다. 현직 대통령이 미국 항모에 올라탄 것은 30년 만이다. 최근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루스벨트함을 방문했다. 루스벨트함 등 제9항모강습단은 조기경보기와 핵추진잠수함 및 이지스함을 이용해 수백㎞ 권역까지 감시할 수 있다. 항공기는 90여 대가 탑재된다. 주력 전투기로 영화 '탑건 매버릭'에 등장한 F/A-18(슈퍼호넷)이 있다.

비행갑판과 통제실 등을 시찰한 윤 대통령은 격납고로 이동해 한미 장병 300여 명을 격려했다. 김수경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루스벨트 항모 방한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의 이행 조치"라며 "강력한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언하며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우리 동맹은 그 어떠한 적도 물리쳐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스벨트함이 올여름 예정된 한미일 '프리덤 에지'에 참석하는 점도 언급했다. 프리덤 에지는 한미 '프리덤 실드'와 미일 '킨 에지'에서 한 단어씩 명칭을 따 온 훈련으로, 지난해 8월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다. 한미일이 공중·수상·해상·사이버 등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첫 정례 훈련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3국의 협력은 한미동맹과 함께 또 하나의 강력한 억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리덤 에지에 참여하는 한미 장병들에겐 "건강하게 훈련을 잘 마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미국 항모에 승선한 것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피침 시 군사적 지원' 조항을 포함한 새 조약을 체결하고 오물 풍선을 비롯한 도발을 이어가는 것과 관련해 미국 주요 전략자산을 공개 방문하면서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엔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에 승함했는데, 당시 대통령실은 '외국 정상이 미국 핵잠수함을 방문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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