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저기요, 잠깐만요. 위원님 성함이 누구세요?"(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신데요?"(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정상화된 22대 국회 첫날도 조롱과 고성이 난무했다. 개원 한 달 만에 여야가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였지만, 예상대로 서로를 향한 비난과 무시만 이어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의 비방전으로 채워질 향후 국회의 예고편이나 다름없었다.
국회 법사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KBS·MBC·EBS 이사 숫자를 늘리고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21대 국회에서 한 차례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부결되자 민주당은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당론으로 지정해 6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한 속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방통위법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법사위는 시작부터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얼룩졌다. 회의 시작과 함께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간사 선임을 요청하면서 신경전이 시작됐다. 정청래 위원장이 "국민의힘은 지각 출석해서 간사 선임이 안 된 상태"라며 유 의원 요구를 거부하자, 유 의원이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라고 언성을 높인 것이다. 그러자 정 위원장도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라면서 맞서다 개의 7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속개 이후에도 유 의원은 "위원장 마음대로가 국회법인가"라고 쏘아붙였고, 이에 질세라 정 위원장도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잘했지 않았겠는가"라며 엉뚱한 답변으로 맞섰다.
여야 간 신경전은 다른 의원들에게로 번졌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말에서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말하자, 정 위원장이 "존경하는 마음이 없으면서 '존경하고픈'이라는 표현 자제해 주고 그런 말로 희화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하면서다. 이에 유 의원이 "위원장이 위원 말에 지적할 일은 아니다"라고 송 의원을 두둔하자, 정 위원장은 유 의원에게 주의를 줬다. 심지어 "위원장으로서 때로 퇴장도 시킬 수 있다"고 엄포까지 했다.
여야는 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크게 충돌했다. 정 위원장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의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위원들이 고성으로 항의한 뒤 퇴장한 것이다. 이에 정 위원장은 "언제까지 소수를 배려해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회는 식물 국회가 된다"며 "국회 의사결정은 다수결로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입법 폭주', '입법 독재' 의지만을 노골적으로 알린 22대 국회 첫 법사위 회의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