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900년,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100년 이상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건 그리스 아테네(1896년·2004년)에 이어 두 번째다. 프랑스는 파리 올림픽의 특별함을 개막식부터 메달, 경기장, 참가 선수의 남녀 비율 등 곳곳에서 담아냈다.
센강서 펼쳐지는 사상 첫 야외 개막식
7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개막식은 파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센강에서 펼쳐진다. 올림픽 역사상 주경기장 외부에서 개막식이 진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라별로 보트를 탄 선수들이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부터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약 6㎞를 수상 행진한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주요 관광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과 곡예사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만 60만 명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돼 사상 최대 인원을 수용하는 축제의 현장이 될 전망이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한 메달
파리 올림픽에는 총 206개국에서 1만5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이들은 총 32개 종목에서 5,084개 메달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메달에는 에펠탑에서 나온 철조각 18g이 작은 육각형 형태로 박혀 있다. 1887년 지어진 에펠탑을 지속적으로 보수 공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부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 메달에 넣기로 한 것이다. 메달 디자인은 세계적인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고급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맡았다. 주얼리 기업이 메달 디자인을 담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 대표 관광지서 경기 관람...남녀 선수 비율 맞춰
경기장은 파리 중심부의 대표 관광지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1900년 파리 박람회 때 전시관으로 쓰였던 그랑팔레에서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리고,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가 펼쳐진다. 그 옛날 귀족들의 삶을 올림픽을 통해 재현하게 된 셈이다. 1793년 프랑스혁명 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처형당했던 콩코르드 광장은 스케이트보드, BMX(바이시클 모토크로스) 프리스타일, 3대 3 농구, 브레이킹 등 어반 스포츠 무대로 변신한다.
센강에서는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가 펼쳐진다. 선수들은 센강 1.5㎞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까지 7바퀴(약 40㎞)를 달리고, 다시 마라톤 10㎞를 달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들어오는 코스를 밟게 된다. 에펠탑이 올려다보이는 샹드마르스 광장에는 1만2,860석 규모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설치된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녀 선수 비율도 일대일로 정확하게 맞췄다. 정확히 남녀 각각 5,250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한다. 이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성 선수 출전 종목과 혼성 종목을 늘렸다. 경기 일정 방식에서도 일부 변화가 있다. 그간 올림픽의 대미는 매번 남자 마라톤으로 장식됐지만, 이번에는 폐막 당일 여자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이 밖에도 대회 마지막 날에는 농구, 레슬링, 역도, 사이클 등 여자 종목만 진행된다.
센강 수질, 폭염, 테러 위험 등 우려도 커
성대하고 화려한 모습이 예상되는 파리 올림픽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센강에서 진행되는 경기가 그렇다. 파리시는 센강 수질 악화로 1923년부터 일반인의 입수를 금지해 왔다가 이번 올림픽을 위해 정화작업을 시작했다. 정화에만 약 2조 원을 투자했지만, 최근 강 일부 구간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장균과 장구균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선수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염도 걱정거리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여름이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때도 선수 100명당 1명꼴로 온열 질환에 시달렸고, 더위를 먹은 선수들이 결승선에서 실신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CBS 방송은 지난 18일 "도쿄 올림픽이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이었지만, 파리 올림픽 폭염에 관한 새 보고서는 올해가 훨씬 더 더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파리시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선수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의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프랑스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자국군을 주둔시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올해 초 테러 경보 체계 총 3단계 중 가장 높은 '최고 단계' 경보를 내리고 치안을 강화했다. 올림픽 기간 테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깨를 오싹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