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 복귀, 국회 청문회, 의정 대화 조짐… 출구전략 나오나

입력
2024.06.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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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의대 27일 무기한 휴진 고심 중
정부, 협상 위해 추가 유화책 낼 수도
전공의 복귀 문제도 7월 중 결론 내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 회원 휴진과 서울대병원 교수 무기한 휴진이 마무리된 후 정부와 의사계가 의료공백을 끝내기 위한 출구전략 모색에 들어갔다. 양측이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대학병원 휴진 계획과 26일 국회 청문회 등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배 의사들과 연대를 거부한 채 사직도 복귀도 하지 않는 전공의 문제도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무기한 휴진을 중단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24일 진료실로 돌아왔다. 병원은 휴진 기간 미뤄진 진료 일정까지 더해져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거렸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모든 진료는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교수들이 휴진을 위해 예약 변경 업무를 직접 하면서 환자들의 애타는 심정과 병원 직원들의 노고를 체감하게 됐다면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교수 휴진이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18일 의협이 주도한 집단휴진이 참여율 14.9%에 그치는 등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의사들이 ‘휴진’ 카드를 또 꺼내기는 어려워졌다. 25일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는 가톨릭대 의대(서울성모병원)와 성균관대 의대(삼성서울병원)는 물론, 27일 무기한 휴진 돌입을 예고한 연세대 의대(세브란스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27일 이후 진료 예약 일부는 이미 변경됐지만, 휴진 실행 여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이 18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돌발적으로 선포했던 ‘27일 무기한 휴진’도 내부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불발됐다. 의협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연대 의대 교수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모든 의사들이 각자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이후 투쟁은 29일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2차 회의 결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26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는 의정 갈등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 의원들은 복지부 장·차관을 불러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회가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거나 재조정할 권한은 없지만, 의사계는 의료 사태를 초래한 정부 책임을 따져 물으며 여론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의정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촉매제로서 새로운 유화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22일 열린 ‘올특위’ 첫 회의 후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대화 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을 환영한다”(올특위), “조건 없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 의료 현안을 논의하자”(복지부)는 양측 입장이 나오며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내년 의대 정원 재논의’ 여부에 대해선 간극이 크지만, 실무자 간 소통은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내후년 의대 정원 재논의를 제안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미래 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담당할 전문위원회와 의대 정원을 논의하는 정책 결정 기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의료계에 보내는 일종의 시그널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의료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여전히 모든 소통을 거부하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 모두 고심이 깊다. 이달 4일 정부가 복귀 전공의 처분 면제와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이후 21일까지 사직자는 37명으로, 전체 레지던트 1만506명 중 0.35%에 불과하다. 복귀자를 포함해 근무 중인 인원도 939명으로 8.9%에 그친다. 전공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으면 당장 9월에 진행되는 수련병원 전공의 결원 추가 모집도 차질을 빚게 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전공의 사직 및 복귀 현황을 지켜본 뒤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7월 중에는 전공의 문제가 일단락돼야 의료 정상화를 모색할 여지가 생긴다”며 “전공의들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