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16세기 스페인 펠리페2세 국왕의 인류 최초 8시간 노동제에 이어, 2021년 9월 스페인 사회노동당 좌파연합 정부가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주4일 근무제 시범 사업을 감행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중소기업에 한해 노동자 주당 근무시간을 기존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하는 프로젝트. 당연히 급여 삭감 등 불이익은 없고 추가 인력 고용과 근무 패턴 재편 등에 필요한 추가 비용은 정부가 보전해 주는 조건이었다. 스페인 정부는 3년간 5,000만 유로(약 6,000만 달러)를 투입, 첫해에는 추가 비용의 100%를, 2년 차에는 50%, 3년 차에는 33%를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주4일 근무제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시도된 적이 있다. 2019년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생산성을 40% 늘리고 전력소비량을 23% 감축한 예가 있다. 스페인 소프트웨어 회사 델솔도 40만 유로를 들여 저 제도를 시행, 매출이 28% 늘고 직원 결근율도 그만큼 감소하고 189명의 직원 중 퇴사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성과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다.
스페인 정부 실험의 목적은 물론 경제 효율성이 아니라 근로자의 보건과 복지 향상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주4일 근무제를 통해 노동자 복지뿐 아니라 탄소 감축, 양성 평등, 생산성 향상 등 광범위하고도 근본적인 성취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80만 인구의 스페인 3대 도시 발렌시아는 저 프로젝트와 별개로 2023년 4월 10일~5월 7일 사이 모든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근로자 36만 명의 휴식일을 늘린 뒤 각 분야 전문가들을 동원해 그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시민 건강이 개선되고 스트레스 수준이 낮아졌으며 도시 일일 탄소배출량도 현저히 줄어 대기질이 개선됐다. 다만 담배와 술 소비량은 늘었고 의료인들의 휴가로 인해 응급의료서비스 대기 시간이 다소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