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 정치' 부작용?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불편한' 유럽 순방

입력
2024.06.24 14:30
극단적 시장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 
독일서 "수용 가능한 정책 추진" 질책 
스페인에서는 총리 등 정부 접촉 전무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1~24일(현지시간) 스페인·독일·체코를 찾았다.

유쾌한 순방은 분명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정책적 질책을 받았고,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접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외국 정상들과 유독 자주 얼굴을 붉히는 것은 급진적 사고 및 언동, 화려한 퍼포먼스 등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일명 '록스타식 정치'의 부작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수용 가능해야" 독일서 질책... '순방 반대 시위'도

독일 도이체벨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내내 보수 성향 재단 및 단체로부터 상을 받았다. 2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마드리드 공동체' '후안 드 마리아나 연구소'로부터, 22일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재단'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24일은 체코 자유주의 연구소 시상식이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스스로를 "무정부주의적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극단적인 자유시장주의를 추종한다.

그러나 각국 정상과의 만남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23일 숄츠 총리는 밀레이 대통령에게 "정책을 추진할 때는 그것이 수용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사회적 결속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독일 정부 대변인은 밝혔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밀레이 총리가 경제 회복 및 성장을 명분으로 공무원 수만 명 해고 등 과격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편 데 따른 지적으로 풀이됐다. 회담은 1시간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군 환영 행사 및 공동기자회견은 아르헨티나 측 요청으로 막판 취소됐다. 밀레이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반대 시위도 열렸다.


스페인서는 좌파 총리와 갈등... "존경받는 외교 필요"

스페인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정부 인사와 아예 접촉하지 않았다. 좌파 성향 사회노동당 대표인 산체스 총리와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가 주최하는 행사 참여를 위해 마드리드를 찾으면서 국가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스페인 정부에 회담 요청을 하지 않아 스페인 측 미움을 샀다. 게다가 복스 행사에서 산체스 총리를 거칠게 비판했고, 이후 스페인 측 사과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내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이 '록스타 같은 접근 방식'을 외교 분야에서마저 취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인 UCR블록 대표인 로드리고 데 로레도는 "아르헨티나가 더 나은 조건으로 더 많은 수출 등을 실행하려면 정부 지도자가 정확하고 존경받는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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