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여성 암’?… 남성 환자 5년 새 23% 증가

입력
2024.06.23 20:54
[건강이 최고]  대사증후군 앓는 남성, 갑상선암 위험 15~58% 높아

갑상선암은 환자의 80%가 여성이어서 대표적인 여성 암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남성 환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갑상선암이 최근 5년 새(2018~2022년) 11% 증가했는데, 이 중 남성 환자는 2018년 6만3,937명에서 2022년 7만8,944명으로 23.4% 늘었다. 여성 환자가 29만257명에서 31만4,144명으로 8% 정도 늘어난 것에 비해 큰 폭이다.

남성 갑상선암은 여성 환자보다 치료가 어렵고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갑상선은 기도 앞에 위치한 나비 모양 내분비기관이다. 체온 유지, 성장 발달 등 몸속 신진대사에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암 초기에는 목소리가 변하고 목이 아픈 정도의 미약한 증상이 나타나 조기 발견이 어렵다. 암 덩어리가 커지며 목에 혹이 보인 것처럼 눈에 띄고 호흡곤란이 나타나야 병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남성은 여성에 비해 목젖이 크기에 암이 5㎝ 이상 커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동진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남성은 신체 구조상 암을 조기 발견하기가 더 어려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이 탓에 치료를 해도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남성 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해야 한다. ‘여성에게 잘 생기는 암’이라는 선입견 탓에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지만 △목소리, 목 통증 등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어렸을 때 얼굴과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있을 때는 정기검진을 고려하는 게 좋다.

예방을 위한 식습관 개선 및 운동량 조절도 필요하다. 몸 속 대사 조절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호르몬이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비만·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대사증후군이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15~58% 높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갑상선암이 생겼다면 암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전에는 암이 생긴 부위와 범위에 따라 목을 5㎝ 이상 넓게 째고 갑상선을 절제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부위인 만큼 흉터로 인한 불편함이 크고 합병증 위험이 있어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흉터 노출을 피하기 위해 가슴·겨드랑이 등을 째고 수술하는 방법도 개발됐지만 환자 불편감이나 합병증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흉터가 거의 없는 ‘경구 로봇 갑상선 수술(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TORT)’도 나왔다. 크게 절개하지 않고 입술과 치아 사이로 3개의 정밀 로봇 수술 기구를 넣어 갑상선을 절제하는 것이다. 수술 범위를 10~30배 확대해 살펴보며 얇고 세밀하게 움직이는 로봇 팔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다.

이동진 교수는 “흉터를 없애고 목 기능을 살릴 수 있는 게 이 수술법의 장점”이라며 “가슴·겨드랑이 등을 째는 수술법보다 절제 부위부터 갑상선까지 거리가 짧아 신경 손상 등이 적고 통증과 목소리 변화 같은 합병증도 적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