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그간 대통령실이나 여당의 입장과 달라 파장이 예상된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마선언 이후 일문일답에서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반대는 법리적으로나 정무적으로나 논리적"이라면서도 "국민 의구심을 풀어드릴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 대해서는 "선수(야당)가 심판(특검)을 고르는 경기라 진실규명을 할 수 없다"며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같은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특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 수사가 끝난 뒤) 국민들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궤를 달리 한 것이다.
반면 다른 당권주자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의원은 한 전 위원장 회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특검은 진실 규명용이 아니라 정권 붕괴용"이라며 "한 후보의 특검 수용론은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라고 했다.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은 곧바로 "민주당 특검법을 받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수처의 수사가 철저히 진행되도록 하고, 그게 진행된 결과를 보고 미진한 것이 있다면 그때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윤 대통령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상현 의원은 "순간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라며 "내부전선을 흐트러트리는 교란이자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당 내에선 '특검법 반대'가 주류 의견이었던 만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이날 '특검법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건의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국민들께서 막가파식으로 운영된 법제사법위원회 행태를 봤을 것"이라며 "거부권을 요구하는 것 역시 여당이 할 수 있는 조치"라고 했다. 실제 지난달 21대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이탈표를 최소화하며 특검법 재의결을 부결시켰고, '독소조항을 제외한 특검 추진'을 주장하는 의견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특검 추진을 두고 당내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