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검찰은 김씨가 의도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신 탓에 사고 당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현행법하에서는 음주운전하다 걸리면 일단 도주하면 된다는 것을 검찰이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8일 김씨를 구속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 4가지다. 경찰이 송치 단계에 포함시켰던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경찰은 신체 특성 등으로 음주 정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기준(0.03%)을 넘는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고, 사고 후 여러 차례 추가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의 판단은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위드마크 공식을 통한 혈중알코올농도 추산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김씨의 경우 추가 음주까지 있어 입증이 더욱 힘든 만큼 기소를 하더라도 공소 유지가 어렵다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면 모방 행위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김씨처럼 사고를 낸 경우가 아니라 단순히 음주운전만 했다면 도주 후 추가 음주로 아예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주운전 하다 걸리면 무조건 도망치라는 거다’ ‘일단 튀고 술 더 마시면 된다는 거네’ ‘전 국민에게 좋은 것 알려준다’ 식의 냉소적인 글들이 쏟아진다.
김씨 뺑소니 사건 이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검찰도 사법방해 처벌 규정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한 상태다. 이런 입법 미비의 장기화는 국회와 정부의 책임 방기다. ‘제2, 제3의 김호중들’이 속출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법의 공백을 메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