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에서 증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강경 진압하다 20대 청년 두 명이 총격 등에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 정부는 800억 달러(약 110조 원) 규모의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금 인상을 강행하고 나섰는데, 여기에 젊은 층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케냐 인권위원회의 어니스트 코넬 대변인은 이날 "21세 청년 에반스 키라투가 지난 20일 나이로비에서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시위에서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 과다출혈로 숨진 29세 청년 렉스 마사이에 이은 두 번째 사망자다. 케냐 경찰은 사망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세금 인상 방침에 항의하는 케냐 시위는 '의회를 점령하라'라는 명칭으로 지난 18일 나이로비 의회 근처에서 수백 명 규모로 시작됐다. 케냐 정부가 빵, 자동차 등에 대한 증세안을 발표한 데 분노한 젊은 층이 집결하면서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일부 증세안을 철회했지만, 대신 다른 세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지난 20일 나이로비, 몸바사, 나쿠루, 키수무 등 주요 도시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확산됐다. 수천 명의 젊은이가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모인 케냐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실탄을 사용했다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상자도 200명이 넘고 100명 넘게 체포됐다는 것이다. 케냐 적십자사는 경찰과 충돌로 총 39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가운데 8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