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또다시 ‘한국 여행 거부’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을 찾은 태국 관광객이 올해 20% 넘게 급감한 가운데 들려 온 악재다. 지난해 태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의 태국인 입국 불허 논란과 이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이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21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짤른 왕아나논 태국여행사협회(TTAA) 회장은 전날 “한국 여행 거부 운동이 일어나기 전 한국은 태국에서 3대 인기 여행지 중 하나였지만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밝혔다. 태국인들이 입국 규제가 심한 한국을 피해 다른 여행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왕아나논 회장은 “무비자 입국이나 여행 비용이 저렴하고 관광객 추방 소식이 없는 베트남, 중국(방문자 수)이 한국을 추월했다”며 “한국이 태국 관광객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최소 1~2년이 추가로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을 찾은 태국 관광객은 11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1%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86.9%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 방한 관광객 1위 국가였지만 현재는 베트남과 필리핀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관광업계는 한국행 관광객 감소의 가장 큰 이유가 지난해 말 불거진 ‘태국인 입국 불허 논란’에 있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엑스(X), 틱톡 등 SNS에는 한국을 찾은 태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입국 심사 과정에서 허가를 받지 못해 되돌아와야 했다는 사례가 쏟아졌다.
일부는 ‘월급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들고 왔다’는 이유로, 또 다른 사람은 ‘과거 한국을 네 번씩이나 여행 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변호사, 대학교수, 연예인 등 신분이 확실히 보장되는 경우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แบนเที่ยวเกาหลี(한국여행 금지)’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수만 개씩 게시됐다.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까지 “정부가 조사하겠다”고 국민 달래기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현재 태국과 한국은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다. 태국인이 온라인으로 전자여행허가(K-ETA)를 신청하면 한국에 들어올 때 번거로운 입국신고서 작성이 면제되고 전용 심사대를 통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다.
다만 관광 목적임을 입증하기 위해 △여행 계획서 △호텔 및 항공권 예약 내역 △통장 △급여 전표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서류에 이상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태국인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논란은 최근 방한 태국인 급감 통계가 나오면서 다시 떠올랐다. 여기에 일부 현지 매체가 “한국인이 태국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부정적 댓글을 달고 있다”고 한국인의 인종 차별 문제를 전하면서 반한 감정도 다시 번질 조짐을 보인다.
다만 한국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2015년 약 5만2,000명에서 지난해 9월 약 15만7,000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