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대조선보험회사는 우척보험(牛隻保險)을 발매했다. 보험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소였다. 보험에 든 소가 전염병에 걸려서 죽었거나 소를 도둑맞은 경우 피보험자는 일정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가축의 90% 이상이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가축이 집중 호우나 태풍, 질병 등의 재해로 다치거나 죽었을 경우 가축 손실로 인한 피해액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 ‘농어업재해보험법’에 의해 보험료의 50%는 국가가 지원한다. 국가 정책에 따라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경우 보험료가 5% 할인된다. 물론 이 보험으로 인해 동물의 삶은 간접적으로나마 개선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험의 목적은 소유주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데 있다.
펫 보험의 경우는 전통적인 가축 대상 보험과는 성격이 다르다.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보고 동물이 죽었을 때 그 손해액을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반려동물의 질병 치료비 부담을 보장한다. 소유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지도 않는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사육, 관리, 보호하는 자가 동물이 고통과 상해, 그리고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반려동물을 책임감 있게 돌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로 비용이 소요된다.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사고 시 치료 비용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소요 비용을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펫 보험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용을 지불할 의도와 능력이 있는 양육자에게는 보험이 필요 없다. 반면에 이런 비용을 지불할 의사도 지불할 능력도 없는 양육자를 대신해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보험은 없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펫 보험 가입률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1%에도 못 미친다. 펫 보험 가입 활성화는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장려된다. 보험산업 성장을 위해 동물진료수가 표준화와 진료기록 공개가 우선순위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펫 보험 상품의 제한된 보장과 낮은 편의성 문제도 거론된다. 이처럼 펫보험은 주로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 차원에서 논의된다. 펫 보험의 목적을 양육자의 경제적 손해 보상으로 보는 것이다. 작년에 정부가 발표한 ‘반려동물보험 제도 개선 방안’도 “반려동물 양육비·진료비 경감과 연관 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펫 보험의 목적은 반려동물의 돌봄에 대한 양육자의 의무를 보장하는 데 있어야 한다. 반려동물의 복지를 위한 진정한 펫 보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