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의 미국 나스닥 상장일이 27일(현지시간)로 정해졌다. 웹툰 발상지인 한국의 대표 기업이 글로벌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네이버 계열사 중 첫 미국 상장 사례다. 네이버웹툰이 앞으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수익성을 개선하고 콘텐츠 다양성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웹툰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IPO)는 27일로 예정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 본사이자 미국 법인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을 비롯해 일본 라인디지털프론티어·캐나다 왓패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식 공모 가격 희망 범위는 주당 18~21달러(약 2만5,000~2만9,000원)로 제시됐다. IPO를 통해 보통주 1,500만 주를 발행해 최대 3억1,500만 달러(약 4,371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대 26억7,0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로 추정된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코너스톤 투자자(미리 유치한 투자자)로 5,000만 달러(약 690억 원) 상당의 공모주를 매입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네이버웹툰 미국 상장의 주역인 김준구 대표는 보너스를 받는다. 개발자이자 '만화광'인 김 대표는 2004년 네이버가 만화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웹툰 형식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진출을 이끌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김 대표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1만4,815주, 현금 보너스 3,000만 달러(약 416억 원)를 받는 방안이 최근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RSU는 중장기 성과 평가를 통해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직접 주는 제도로 네이버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의 어깨는 무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절 폭발적 성장을 경험한 웹툰 산업은 최근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올해 1분기(1~3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억6,900만 명으로 지난해 4분기(1억6,960만 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웹툰 산업에 관심이 적었던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도 뒤늦게 서비스를 출시하며 뒤쫓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 후 예상 몸값이 당초 투자 업계가 예상했던 수치(최대 40억 달러)보다 낮아진 이유로 분석된다.
미국 시장에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성공하려면 ①수익성 개선 ②콘텐츠 다양성 확대 ③지식재산권(IP) 활용 확대 등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신규 이용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느라 지난해까지 적자였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그동안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성장 과제로 삼았었는데 이제 상장 이후 전략 변화와 성과 확인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 네이버 주가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라인 이후 8년 만에 네이버 자회사 IPO다. 네이버는 상장 후에도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63.4%를 보유할 예정이다. 한편 네이버의 이날 주가는 5년 전 수준인 16만7,60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