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 중 도로에서 '툭'…쓰러진 기사 끝까지 챙긴 시민들

입력
2024.06.21 13:00
저혈당 쇼크로 몸 제대로 못 가눠
"기사님 나와보시라" 탑승객 부축
남겨진 버스도 시민 도움으로 이동

저혈당 쇼크로 위급한 상황에 빠진 버스 기사를 시민들이 구한 사연이 알려졌다.

21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5시 30분쯤 인천 미추홀구의 한 도로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기사 A씨가 저혈당 쇼크 증상을 보였다.

당시 버스 내부를 촬영한 영상에서 A씨는 운전석에서 어지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정신을 차리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떨궜다. 저혈당 상태가 되면 뇌와 신경 기관으로 가는 포도당이 부족해져 현기증, 의식 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버스가 덜컥 멈추자 놀란 승객들은 A씨 주변으로 모였다. 한 승객이 "괜찮으시냐"고 묻자 A씨는 "괜찮다. 조금만 혼자 쉬겠다"며 운전석 옆에 설치된 안전문을 닫았다.

하지만 승객들은 "기사님 나와보시라. 밖에서 저희랑 같이 있자"며 그를 불러냈다. A씨는 버스 밖으로 나가면서도 휘청였다. 승객들은 A씨를 부축하고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상태를 살폈다.

이후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미추홀경찰서 숭의지구대 나호선 경위는 "만약 시민들이 나 몰라라 하고 가버렸다면 기사님의 생명에 지장이 있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다"며 "시민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시고 구급대원 및 관계자분들이 잘 치료해주셔서 (기사님이) 많이 호전되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기사가 떠난 뒤 도로에 남은 버스였다. 편도 2차선인 사거리 우회전 차로를 버스가 막아 차량 통행이 어려웠다. A씨와 같은 버스 회사의 운전기사가 현장으로 오고 있었지만,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혀 시간이 지체됐다. 이에 경찰은 주변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한 시민이 나타나 대신 버스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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