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가 사실상 '준군사 동맹'의 성격을 띤 조약을 체결한 가운데 외교부가 21일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21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대사를 서울 종로구 소재 외교부 청사로 불러내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김 차관은 북러 군사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크게 흔들며,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한 군사기술 이전은 용인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차관은 "북한이 수십 년간 불법적인 핵·미사일을 개발해오면서 우리에 대한 핵 사용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떠한 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고, 한국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것인 만큼 한러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자동군사개입' 및 군사협력을 명시한 동맹조약을 맺었다.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지형에 큰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해 한반도에서 '핵을 가진 북한과 러시아' 대 '핵을 가진 미국·비핵국가 한국과 일본'이 대치하는 구도를 만들어버렸다.
조약 발표 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정부의 엄중한 우려와 규탄을 표명했다. 장 실장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 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보리 사이버안보 공개토의를 주재하며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는 어떠한 직간접적 지원·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