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 구역에 보내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아마 한국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것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을 밝혔는데, 푸틴 대통령이 이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조약이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북러 조약은) 1962년쯤 체결됐던 기존 조약과 모든 면에서 똑같다"면서 "여기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는 1961년에 체결됐던 북한과 옛 소련 간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 전날 평양에서 체결된 북러 조약과 사실상 동일해, 한국이 추가적인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는 "조약상 (북한에 대한) 군사적 원조는 오직 침공, 군사적 공격이 있을 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과 관련, 러시아도 북한에 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재강조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자국 접경 지역을 타격하자, 자국군 함대를 미국 '턱밑'인 쿠바에 배치하는 등 친(親)러시아 진영 국가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며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북한에도 러시아 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는 다른 지역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위기는 곧 불타오를 것 같은 특성이 있지만 북한과의 조약이 국면을 어느 정도 억제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 제재와 관련해서도 푸틴 대통령은 "이주의 권리를 제재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안보리는 북한이 무기 개발을 위해 자국민들을 해외 외화벌이 수단으로 동원하는 데 대해 제재를 가했는데, 이를 두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가족이 어딘가에서 돈을 벌고 아이들을 먹여 살릴 기회를 박탈한다"고 비난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비인도적인 처사"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 발언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싸우는 것과 관련해 어떠한 지원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 여부는) 최종적으로 한국이 할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무기를 지원할 경우 인도·태평양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