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라인야후 지분조정 "7월 말 목표"→"계속 협의 중" 입장 변화 이유는

입력
2024.06.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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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현재 네이버와 계속 협의 중"
"그룹사 강점 살려 페이페이 확대할 것"

일본 라인야후의 모기업인 소프트뱅크가 20일 한국 네이버와의 라인야후 지분 조정 문제와 관련해 "계속 협의 중"이라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한 달 전 "7월까지 합의하고 싶다"고 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라인야후 사태가 한일 간 이슈로 번지자,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따라 속도를 내려 했던 애초 방침이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라인 야후 자본 관계 재검토 논의 상황과 전망' 질문에 "현시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야카와 CEO는 "라인야후의 요청으로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 전략 관점에서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라인야후의 미래를 생각해 가능한 것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합의 시기 예측도 신중했다. 미야카와 CEO는 향후 네이버와의 지분 조정 협상 전망을 묻자 "상대(네이버)가 있기에 합의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명확히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023 회계연도 실적 발표 결산 설명회에서 "협상 난도가 높아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도 "7월 1일을 (협상 타결) 목표로 한다"며 서두르겠다고 언급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다음 달 1일은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행정지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기다.

네이버와 협상 난항, 한국 여론 의식했나

일각에서는 라인야후 사태가 한일 간 문제로 번지면서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는) 7월 1일까지 (지분 조정) 합의를 목표로 했지만, 한국에서 반발 여론이 커지자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도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지분 조정 관련 질문에 "현시점에서 결정된 것은 없지만 무언가 움직임이 있으면 즉시 알리겠다"고 답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대주주인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이유로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행정지도를 내리자 네이버의 라인야후 대주주 지위를 빼앗으려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소프트뱅크, 라인페이 버리고 '페이페이' 집중

미야카와 CEO는 이날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의 강점을 살려 자사의 송금·결제 서비스인 '페이페이'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통신 기반의 라인과 인터넷 기반의 야후가 있지만, 페이페이라는 공통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제2, 제3의 페이페이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라인야후는 앞서 지난 13일 네이버의 기술력으로 키운 라인페이 서비스를 2025년 4월에 종료하고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페이페이로 통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