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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을 두고 필리핀 노동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과 필리핀 노조인 자유노동자연맹(FFW), 5월1일운동(KMU), 센트로·통합진보노동센터(SENTRO), 필리핀노동조합회의(TUCP)는 20일 공동성명서에서 “한국 정부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의 목적을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서비스 수요 해결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이 사업에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처우 보장은 결여돼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맞벌이 부부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9월부터 시행한다. 100명의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각 가정에 출퇴근하며 아이 돌봄과 가사 노동을 제공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9일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며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규모를 1,200명으로 대폭 늘리고 사업 범위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양국 노조는 “한국 정부는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돌봄과 가사노동’을 모두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필리핀 정부는 ‘돌봄’에 국한된다고 주장하는 등 입장이 다르다”며 “돌봄과 가사에 요구되는 직무 능력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지낼 숙소와 관련해서도 “국제기준에 따라 적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들이 '기숙사형 숙소'에 머물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숙소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노조는 제도 개선 방안으로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명확하게 정의된 표준계약서 공개 △주거 시설 정기점검에 노조 참여 △출국 전과 입국 후 교육 프로그램에 노조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요구사항이 실행돼야 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성이 존중될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외국인 계절근로제’와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가 노동착취에 아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제는 파종기·수확기 등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시기에 농어촌 지방자치단체가 최대 8개월 동안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는 제도다. 지난 2년간 150건의 불법 모집, 노동 착취, 임금 착취 등의 사례가 접수되자 필리핀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이 제도에 따라 17개 국가에서 온 3만1,522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국 농어촌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가 계절이주노동자를 완전히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제도 운영 △브로커 개입 차단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공공기관의 업무 담당 △입국 전 충분한 언어교육과 권리교육 실시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