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부실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기 위해 PF 사업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보고서는 2011년 저축은행 위기부터 최근까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PF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사업 시행자의 취약한 자금 조달 능력을 문제로 꼽았다. KDI가 최근 3년간 추진한 총액 100조 원 규모의 PF 사업장 300여 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에 필요한 평균 사업비는 3,749억 원이었다. 그러나 이 중 시행사가 부담한 몫은 평균 3.2%(118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96.8%는 빌린 돈으로 충당했다는 얘기다. 인허가 실패나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부동사 PF 위기가 금융‧실물경제에까지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에서 선진국은 부동산 PF 시행사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운다. 미국은 금융회사가 PF 대출을 해줄 때 시행사의 자본이 총사업비의 33% 이상일 것을 요구한다. 국내 부동산 PF 시행사가 부담하는 비율의 약 10배다. 일본(30%)과 네덜란드(35%), 호주(40%) 등 다른 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KDI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의 보증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순주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PF 대출 시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하는 직접 규제보다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부실에 대응할 수 있는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게 하는 간접 규제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장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부동산 PF 종합 DB 구축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동산 PF는 사업장별 재무자료와 사업성에 관한 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그는 “좋은 정책을 마련하려면 문제를 발견하는 눈과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눈이 없어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모든 개발 사업에 대한 사업장‧회사별 재무‧사업정보, 사업 완료 후 수익성 등에 대한 정보를 상시 수집해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