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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들리(헤일리 루 리처드슨)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친다. 단 4분이 늦어서다. 그는 다음 날 아버지 결혼식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에 가야 한다. 다음 비행기를 예약하고선 공항 로비에서 휴대폰 충전을 하려다 한 남자와 마주친다. 올리버(벤 하디)라는 예일대 학생으로 영국인이다. 그는 친절하고 해맑다. 무엇보다 첫눈에 전류가 통하는 기분이었다.
해들리와 올리버는 같은 비행기에 나란히 앉는다. 행운이 도운 결과다. 운명적 사랑이라서일까. 해들리만큼 올리버도 마음에 물결이 친다. 둘은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다.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런던 히스로공항에 도착한 뒤 올리버는 입국 심사를 마친 후 다시 만나자고 해들리에게 제안한다. 서로 인연이 아닌 걸까. 둘은 따로 각자 목적지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해들리와 올리버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하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해들리는 뭐든 임기응변이다. 공항에 늦게 도착한 것도 휴대폰 배터리 잔량이 얼마 안 남은 것도 그의 성격과 생활 습관에서 비롯됐다. 통계를 전공하는 올리버는 늘 확률을 앞세워 말한다. 뭐든 앞날을 예측하고 준비하려 한다. 털털한 해들리와 꼼꼼한 올리버는 당초부터 운명적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영화는 젊은 남녀의 풋풋한 감정 위에 두 사람의 가정사를 얹는다. 해들리의 부모는 이혼했다. 아버지는 잠시 가 있던 영국에서 새 인연을 만나 결혼식을 올린다. 찰스 디킨스 소설들로 다져진 부녀의 정은 식어 있다.
올리버는 해들리가 참석해야 하는 결혼식과 다른 ‘식’에 가야 한다. 장례식이나 모두가 아는 그런 장례식이 아니다. 폐암 말기인 아마추어 배우 어머니를 위해 셰익스피어 희곡 속 인물 복장을 갖추고 치러지는 ‘사전 장례식’이다. 해들리는 기뻐해야 하는 자리에서 마냥 기뻐할 수 없고, 올리버는 슬퍼해야 하는 자리에서 마냥 슬퍼할 수 없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두 사람은 각자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성을 따르면서도 색다른 장치들을 동원해 재미를 준다. 사랑에 대한 여러 숫자와 확률을 내밀고, 사랑의 메신저 같은 신비로운 인물(자밀라 자밀)을 등장시킨다. 오래된 팝송들이 깔리고, 런던의 낭만적 겨울 풍광이 더해진다. 셰익스피어 희곡 속 대사들, 디킨스 소설 속 문장들이 간혹 끼어들기도 한다.
해들리와 올리버 가족은 사랑의 종착점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해들리 부모의 사연은 사랑이 변할 수 있음을, 올리버 부모의 일은 어떤 사랑도 죽음을 이겨낼 수 없음을 암시한다. 사랑의 유한성을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해들리와 올리버는 깨닫는다. 100% 정해진 인간의 숙명을 알기에 지금 당장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